60년 생 유정애 1, 마중물
잘 빚은 그리이스의 석고상같이 이목구비가 또렷한 그녀지만 검은 피부가 항상 못마땅하다
고개를 약간 처드는 오만한 표정이 잘 어울리는데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분위기가 살지 않는 것 같다는 투정을 부리곤 한다
콧대를 세우며 자기주장을 내세우길 좋아하지만 소리만 클뿐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좋은 일이건 힘든 일이건 팔 걷고 나서 본인이 해결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향이다
오지랖 넓다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실속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일 때문에 항상 분주하기도 한 정애 씨는
자신을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개한다
누구의 부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나서는 일이니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쓸데없는 참견이라는 핀잔을 받기 일쑤인데
그때마다 오만해 보이는 표정이 일그러져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검은 피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행동들이
잘 생긴 얼굴을 푼수끼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듯한데
불평을 하면서도 정애 씨는 자신의 오만한 표정보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는 친근한 시선을 즐기는 듯하다
월세 수익을 볼 수 있는 작은 금액의 투자처를 찾고 있는 친구와 동행한 부동산 사무실이었다
좋은 상품 고르는 강연이 있다기에 찾아간 사무실은 상가 오피스텔 아파트의 분양사무실이었고
재테크 강의를 겸하고 있어 동호회처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친목 모임을 주선하고 있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 나는 낯선 분위기가 어색했는데
정애 씨가 차 한 잔을 권하며 살갑게 다가왔다
월세 수익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있는 것처럼 보여
이것저것 질문하는 우리들에게 그럴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지만
곧 정애 씨도 오늘 처음 방문한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친화력 있는 정애 씨 덕분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쉽게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었다
동호회라고는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부동산 회사에 나가
부동산 상품 교육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두시 모임이었다
20여 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7명의 여자들이었다
마중물울 자처하는 정애 씨가 궂은일을 도맡아 하니
우리에겐 수다방 하나 마련한 편한 기분이었다
가끔 회사 측에서 새 부동산 장점을 설명하며 쉽게 올수 없는 좋은 기회가 왔으니
놓치지 말라는 부담을 주기도 했지만
부동산 상품 매입은 쉽게 단번에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상품이기도 했다
반신반의하는 우리들에 비해 정애 씨는 새 상품 설명을 들을 때마다
투자 유혹을 받곤 해서 자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의욕과는 달리 자금 사정은 여의치 않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