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이 떴다
연약하고 고운 모습이다.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님의 시조 '승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고운 건 왜 서러워지는 걸까?
기쁜 가운데 가슴 한켠이 무거워진다.
초승달 같이 여물지 않은 모습으로 에세이 강남 문학회, 행복한 글쓰기에 문을 두드린지
어느새 일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막연한 동경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행복한 글쓰기는 글쓰기만 배우는 곳이 아니었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맺어지고 선후배, 동료의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간다
함께 사랑과 성장을 키워가노라면 알게 모르게 상처가 생기기도 하고 아물기도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진부한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같은 날 입회한 동료가 둥단했다.
누구보다 먼저 축하해 주었고 진심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만 뒤쳐지는 듯했다.
동료의 성실함과 단단한 숨은 실력을 잘 알고 있고 웬만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있건만
스스로를 다스리기 힘들었다
낙천적인 기질이 도움이 되었다.
등단에 앞서 착실히 실력을 쌓아두기로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나름 고심하고 진단한 결과는 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선생님과 선배들이 공모전 출품을 권유했다
공모전 출품하려면 좀 더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지금 내가 내게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다.
등단 전, 공모전에 당선되면 마음에 부는 스산한 기운을 잠재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는 바깥세상 넓은 줄 모르는 법이다
무모했지만 용감할 수도 있었겠다.
덕분에 턱걸이 입상의 영광을 안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가슴에서는 더 큰 광풍이 이는 듯하다
초승달 같은 조각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만 같다
달은 차면 기운다
만월이 될 때까지 성장을 멈춰 서는 안되고 만월이 된 후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지만 뒤돌아설 때의 마음이 과연기쁘기만 할 것인가
아름다움에는 서러움이 묻어 있다
아름다움의 숙명이니 받아들여야 한다
고와서 서러운 초승달처럼 수상의 영예가 기쁘지만은 않다
그 날 같은 자리에서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의 수상소감은
'수필의 품위를 높이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였다.
과연 나는 만월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웠을까?
무사히 그자리에 이를 수 있을까?
만월이 된 다음 스스로를 비우는 현명함을 갖출 수 있을까?
그제야 후배를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동행해 준 선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앞에서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계시고 보살펴 주는 선배들, 같이 성장해야할 동료들이 있다
나도 언젠가는 선배들에게 받은만큼 후배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오늘은 내가 초승달로 뜨지만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고와서 서러운 초승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