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83

55년생 명희씨

by 우선열


"몇 동이세요? 이동네 아파트값은 많이 안 오르는 거 같아요,

나야 상가 분양받아서 내가 영업을 하니 별 상관없지만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불만이 좀 있더라고요 "

"오르는 지역에서는 분양받지 않으면 살 엄두를 못 내겠어요, 분양가에 한참 웃돈을 얹어야 하니,

친정이 가까워서 이사했어요, 거주 목적이니 아파트값은 신경 안 쓰려고요

여윳돈이 생기면 또 모르지, 강남에 투자 목적 아파트를 장만하려나"

"이재에 밝은 사람들은 사는 곳도 오를 지역을 찾던데요, 옆에 피아노 학원 보세요

처음 입주 시에 세 들어서 여태껏 임대료 꼬박꼬박 내고 영업하면서

강남 목 좋은 곳에 상가 분양받아 세놓고 있다더라고요

월세 수입도 짭짤하고 상가 가격도 날로 상승한데요

적게 벌어도 맘 편하게 사는 게 좋으니 나는 부자 되기는 틀린 것 같아요 "

"피아노 원장님이 부동산에 일가견이 있으시구나, 그렇지 않아도 조카 피아노 학원 찾던 참인데

학원 상담도 하고 부동산도 한수 배워야겠네. 원장님이 소개했다고 할게"

"크으~ 그렇게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가에 여점주가 피아노 원장하고 나, 단둘이고 둘 다 독신이라 다들 친하게 지내는 줄 아는데

우리는 물과 기름 같아요,친해지기가 어렵더라고요

내가 비교적 친화적 성격인 줄 알았는데 힘든 사람도 있어요"


"그래? 원장님 결혼 안 했어? 이런 미인을 남자들이 여태껏 그냥 뒀단 말이야? "

" 하하 사모님 같은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아노 원장도 나도 사연이 좀 있어요

둘 다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거든요, 입장은 각자 조금 다르지만 소녀 가장들이랍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지만 동생들 이야기를 하면서 생기던 그늘이 떠올랐다

"내가 남자라면 동생들 때문에 이렇게 착하고 예쁘고 솜씨 좋은,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 원장님을 그냥 두진 않겠다

예쁜 처제가 다섯이나 생기는 일이기도 하잖아 "

"유혹은 있었지만 제가 마다했지요, 동생들을 천덕꾸러기로 만들 수는 없을 거 같아서요

내 손은 이렇게 엉망이 되었지만 동생들은 공주처럼 키웠습니다 "

내밀어 보이는 두 손이 파마약으로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 이 손이 금손이네 "

짠한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움켜지며 말했다

"오늘 오전은 좀 한가할 거예요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 있는 날이거든요

괜찮으시면 놀다 가세요,

제가 아파트 통반장 격이니 처음 이사 오셨으면 도움이 될걸요 "

"그럽시다, 그렇지 않아도 낯설던 참이었어요

일부러 전에 가던 단골 미용실 안 가고 이리 왔더니 잘한 거 같네

일단 소녀 가장 이야기 좀 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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