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사용하는 말이 '스트레스'이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잠자리가 불편하거나 먹는 게 시원치 않을 때도 "스트레스야' 한다.
어찌 보면 변명 같기도 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고 만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걱정거리 하고 다른 이유는 걱정은 대게 이유가 된다
별 쓸모없는 이유이긴 하다
'걱정해서 되는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걱정해도 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공연히 있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걱정과 같이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결과가 되면 조금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안 오고 먹을 수도 없다면 당장 생활이 불편해지니 말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다
나는 낙천적인 성향이라 스트레스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처럼 자고 나면 모든 걸 잊고 마는 스타일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 하는 말이 만병통치약이다
낙천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잠을 잘 잔다.
예민한 사람들이 잠자리가 바뀌면 잠투정을 하곤 하는데 나는 언제 어디서나 잠자리에 구애를 받지는 않는다 잠이 오면 자야 하는 일차적인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좀 이상한 습관이 생기고 있다 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아마 4시 기상을 목표로 삼은 때부터 인 것 같다
네시 기상은 그런대로 잘 지켜지고 있는데 잠드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낮이고 밤이고 시간만 나면 잔다.
네시 기상을 목표로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지는 않았다
조금 일찍 잠들면 될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문제는 너무 일찍 잠드는 것이다
저녁 대여섯시가 되면 꼬박꼬박 병든 닭처럼 졸고 있다가 잠자리에 누우면 서너 시간을 잔다
아홉 시나 열시가 되면 그때부터 저녁 설거지를 하게 되고 취침시간이 열두시를 넘겨 버리는 것이다
열시 무렵 잠들고 다섯시에 깨는 게 루틴이던 생활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전에는 그럭저럭 견디는데 오후가 되면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한다
한번은 오후에 운동하다가 누어 하는 스트레칭 도중 그대로 잠들어 버리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바로 깨기는 했다
네시 기상이 문제인 것 같아 잠자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다섯시 기상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자는 것 같다.
그런데도 늘 잠이 부족한 것만 같은 것이다
다시 다섯시 기상으로 돌아갈까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 새벽 기상의 묘미를 놓고 싶지는 않다
네시에 일어날 때는 잠자리에서 얼마간 꾸무럭거리기는 하지만 새벽시간에 혼자 깨어 있는 호젓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1인 가구이니 거의 혼자 있는 시간이지만 새벽시간은 좀 다르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세속의 끈에서 잠시 놓여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낮 시간이 군중 속에서의 고독이라면 새벽시간은 혼자 내면에 침잠해 보는 그런 고요가 있다
당분간은 네시 기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동절기가 되면 혹시 모르겠다
해가 뜰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면 그때 슬쩍 다섯시 기상으로 바꾸어 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네시 기상이 스트레스가 되는 걸까?
정확히는 네시 기상이 스트레스가 아니고 네시 기상 때문에 생긴 불규칙한 수면 시간이 스트레스이다
오후가 되면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나 잠들어 버리니 말이다
아홉시에 잠드는 것은 너무 이르기는 하다
한 시간쯤 낮잠으로 대치하고 열시 취침, 네 시기상 했으면 좋겠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한번 잠들면 두세 시간을 넘겨 버리고 만다
그렇게 잠들고 나면 취침시간은 열두시를 훌쩍 넘기고 만다
신데렐라처럼 유리구두를 신은 것도 아니지만 열두시를 넘기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열두시 전에는 잠들고 싶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 풀어야 한다
다만 조금 일찍 새날을 맞고 싶은 것뿐인데 늙은 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늙어서 그래, 우리 어머니들 초저녁에 꼬박꼬박 주무셨잖아, 어머니 들어가서 편하게 주무세요? 하면 '안 잔다 '하셨잖아" 친구의 말이다
"나는 조는 게 아니야, 자고 만다니까, 너무 자는 게 문제지" 상 늙은이 취급하는 친구의 말이 고까워 대꾸를 하고 말았다
아마 동절기가 될 때까지 이런 스트레스는 계속될 것 같다
혹시 동절기에 다섯시 기상으로 바꾸고 나서도 조는 습관이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친구의 말처럼 "안 잤다'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나이가 스트레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