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생 명희씨1
1000여가구의 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작지만 안정된 상태였다
서울 중심지는 아니라도 30 평형대의 중형 아파트였으니 생활수준도 어느 정도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담 안에서 보호 받고 있는 형국이랄까?
큰 매출의 변화를 누릴 수는 없었지만
특별히 모나지만 읺으면 그럭저럭 안정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명희씨는 아파트 입주에 맞춰 상가를 분양 받아 들어 온 이 상가의 터줏대감이었다
대부분의 점주들이 남자였으니 상가 번영회도 남자 일색이었지만
누구도 명희씨를 무시한다거나 여자라고 폄하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업종이 미용실이니만치 남자와의 경합이 없는 품목이기도 했지만
매사 분명한 명희씨의 빈틈 없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큰 키에 늘씬한 몸매 이국적인 마스크의 달걀형 미인인 외모만 가지고도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한데 행동거지 또한 똑부러지게 나무랄데 없었다
자칫 소문의 온상이 되기 쉬운 단지내 아파트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쓸데 없는 루머에 휩쓸리는 일없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고 있어
단지내 사람들 뿐아니라 아파트단지 밖의 주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였다
아파트 입주 후 처음 미용실을 찾았을 때 사근사근 말을 걸며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풀어 갔다
그녀가 권하는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녀처럼 고운 모습이 될거 같은 감정에 빠져 들었었다
"원장님,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던데, 원장님 이야기를 들으면 백조로 변할듯하네"
"하하 원판 불변의 법칙? 사실 탈렌트 사진을 가져와서 그대로 해달라는 손님도 있어요
머릿결과 두상에 따라 변하는 게 헤어스타일인데 그럴때 원판불변의 법칙이 생각나기도 해요 크 크
사모님은 머릿결도 좋으시고 두상이 예쁘셔서 손질만 잘 하면 항상 단정한 매무새가 될듯한대요"
"그럼 , 원장님 처럼 예뻐지는거야?"
"저처럼은 아니지요,저보다 고우신대요"
나도 그녀도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주부들이 아이들 등교후 집안일로 바쁜 10시 즈음이라 미용실은 한가했다
"원장님 혼자 경영하긴 힘들지 않아요 보통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던데"
"예, 보조 직원을 써 봤는데 그리 능률적이진 않더라고요
단지내라 주로 단골들이 드나드니 시간 조율이 어렵진 않아서요
바쁠때면 동생들이 도와줘요, 여동생이 다섯이나 됩니다,
내가 부르면 열일 제처놓고 달려 오는 착한 동생들이에요
언니일 도와주다가 다들 준 미용사는 될 정도거든요"
"딸부잣집 딸들이 미인이라던데 원장님 닮았으면 다들 미스코리아 수준이겠네
거기다 착하기 까지 ? 언제 볼 수 있으려나?"
"다들 나름대로 바쁘긴해요, 순번을 정해서 올때도 있고 한꺼반에 올 때도 있고
다컸는대도 아직도 내눈에는 철부지같은 동생들이지요
바쁘세요 ? 처음 오셨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 드릴게요"
철부지 동생들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눈에 애틋함이 스쳐 지났다
부모들이 안타까운 자식을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외면해서는 안될거 같았다
"고맙지요, 아파트 이웃도 아직 모르는데 원장님이 첫 이웃이 되네 "
미용실 소파에 주저 앉으며 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