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임씨7
"쓸데없긴, 집안 걱정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잘 사는 게 부모님한테 제일 큰 기쁨이라 생각해
부모님 때문에 내 장래를 결정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지, 난 지금이 좋아,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잖아, 남보기 좋은 우리 언니들 시집살이하는 거 속속들이 내가 아는데
빛 좋은 개살구이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지금이 좋기는 하지만
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는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도 할 수 있겠지
내가 또 대책 없는 로맨티시스트기도 해
조건 따져서 하는 결혼 싫거든,
아직은 사랑만으로도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화려한 겉모습만을 추구할 거 같이 보이는 옥임 씨에게는 뜻하지 않게 소박하고 명확한 의지가 있어 보였다
"그래도 세상살이가 만만한 것은 아니잖아,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그만한 문제가 있을 거야
쓸데없는 루머에 휩쓸려서 마음 상할 수도 있고"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근거 없는 소문은 멀리 가지 않는 법이고 그냥 무시하면 저절로 없어지는 거야
그런 소문에 연연하다 보면 마음만 상한다니까, 나만 떳떳하면 두려울 거 없어 "
소문의 근거지라고 생각했던 옥임씨에게서 예상치 못한 쿨한 반응이었다
부모님과 언니들을 등에 업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 같이 보였는데
나름대로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듯하였다
슈퍼 사장단과 옥임씨는 상가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신도시의 초입에 자리잡은 상가는 어느정도 명성을 얻어 번성해나갔다
덕분에 나는 세입자를 얻는 대신 손해 보지않고 점포를 매매할 수 있었으며
문방구 경자씨도 남편의 관광버스를 사기 위해 문방구를 처분해야 했다
구석구석 손으로 쓸어 보며 문방구를 떠나지 못하던 경자씨를 보며
"미련 떨기는 . 그러게 내가 아저씨 설득하라고 했잖아, 관광버스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아줌마는 뭘해도 열심히 잘 할거야, 아저씨 일 잘되면 상가 사가지고 다시 와
아줌마처럼 문방구 잘 할 사람도 없을거야 "
옥임씨가 경자씨를 격려 했다
뒤돌아서는 그녀의 눈동자가 젖어 있었다
옥임씨가 염려한 것처럼 경자씨의 관광버스사업은 여의치 않았다
지입버스 사기에 걸려 일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문방구 처분한 돈을 그대로 날려 버리고 말았다
문방구 아줌마는 다시 닥치는대로 뼈가 부서져라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떡집이야, 놀러 와"
문방구 아줌마의 소식을 들은 건 삼년 쯤 지난 후, 내가 학원을 개설하고 난 뒤였다
상가를 처분한 나는 친정 근처에 보습학원을 차리게 되었고 그녀의 떡집도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의 두번째 인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