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다이어트다.
젊어선 미용이 우선이었다.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역사가 바뀌었을 거다’는 말을 들으며,
뭔가 잘 안 풀리면 다 외모 탓 같았다.
다이어트만 하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 날아오를 줄 알았다.
초간단 다이어트 비법 같은,
빨리 승부 나는 방법에 끌렸다.
굶었다.
'질량불변의 법칙'처럼 먹은 만큼 살이 찌는 줄 알았다.
물 한 모금조차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절식이 아니라 금식에 가까웠다.
당연히 오래 못 갔다.
끝은 늘 폭식이었다.
몸무게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그러다 어느새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 되어버렸다.
“나이 들면 푸근한 게 좋아, 인품 있어 보이잖아.”
그 말을 위안 삼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언젠가는 다이어트에 목매지 않고,
넉넉한 몸매로 여유로운 인품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나이 들어 보니,
푸짐한 몸매는 인품이 아니라 건강의 적이었다.
관절염도, 심근경색도, 심지어 치매까지
비만에서 비롯된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다이어트는 미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젊어선 예뻐지려고,
지금은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다이어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응급처방 같던 다이어트는
이제 만성질환처럼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굶는 게 아니라,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식욕을 돋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잘 먹은 만큼 움직여야 하는데,
문제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굼뜨고 어눌해졌다.
자칫 무리하면 탈이 난다.
운동도 달래가며 적당히 해야 한다.
한 번 쌓인 피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젊을 땐 한숨 자면 회복되던 몸이 아니다.
지하철 ‘노약자석’을 슬쩍 기웃거리게 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늙어도 내 몸 하나쯤은 간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하루 무리하면 사나흘 앓는다.
조금 움직이면, 그만큼 쉬어줘야 한다.
나들이 하나만으로도 운동이다.
전철 안에서는 염치 불구하고 앉을 자리를 탐하게 된다.
균형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낭패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든다고 하니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쉬는 게 중요하다.
나이 들어 보니 알겠다.
그 어려운 ‘적당히’가 다이어트의 정답이라는 걸.
다행인 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몸은 퇴화됐지만, 마음은 오히려 넉넉해졌다.
젊어서의 아름다움은 남과의 비교였지만,
지금의 건강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제는 자신을 사랑해야 할 때다.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젊은 날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를 보살피는 일은,
결국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아프면 가족도 함께 병들게 된다.
그 병의 이름은 ‘간병’이다.
내 여생을 위해서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도
나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이젠 세계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이어트한다.
“운동한다고 살이 빠지진 않지만,
안 하면 절대 안 빠진다.”
“적당히가 답이다.”
요즘 나의 다이어트 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