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 복지관에는 AI 헬스센터가 있다

by 우선열

걷는 걸 좋아한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 아무 곳에서나 어떻게든 피어나는 야생화 보기를 좋아한다

시시 때때 변하는 하늘색은 또 다른 경외감이다. 무궁무진한 하늘색


우리 동네 탄천 길과 잠실 석촌 호수 길을 주로 걷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걷는 것도 좋아한다

단체여행 중에도 새벽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어 걷는 즐거움은 여행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산책은 일본 한적한 바닷가를 걷던 길이다

언니네 가족과 자유여행 일정이라 아침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일본의 깨끗한 해변가를 혼자 걷던 경험은 여행의 백미를 알게 해 준 독특한 기억으로 남았다.


올여름은 걷는 걸 잠시 멈췄다

더워도 너무 덥다

계속되는 열대야, 밤 시간이나 새벽시간에도 더우기는 가시지 않는다.

야외 운동은 잠시 접는 게 옳다

대신 전철 계단은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오르려 노력하는 편이다

시원한 전철에서 내리면 잠시 계단 오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문제다

걷는 시간 고려해 조금 일찍 출발해 보지만 약속시간은 왜 그리 쫓기는지

어린 왕자의 "네가 네시에 온다고 하면 나는 세시부터 설렐 거야" 하는 심정 같다

늘 허둥지둥이다.

걸어서 계단 오르기를 생활화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래저래 이번 여름은 운동 부족이 될 거 같지만 우리에겐 실내운동이 있지 않은가?

바깥에서 걷는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지만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실내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나이 들면 근육량이 줄어들어 근력 운동이 필수라 한다.

몇 번 헬스장을 기웃거려 보았으나 근력운동에 재미를 붙이기는 힘들었다

기계를 다룰 줄도 모르고 PT를 받는 것도 시간 맞추기와 경비를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래저래 망설이는데

마침 논현 복지관에 AI 헬스장이 생겼다

운동 초보라도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선 헬스장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강남구 65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복지 카드를 만들 수 있다.

복지카드를 소지하고 복지관 2층 핼스장에서 등록 신청을 하면

기초 체력검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처방받는다.

상담이 끝나면 핼스장 운동기구에 본인의 정보가 입력되어

회원카드를 사용하면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 강도가 선택된다

운동기구에 부착된 화면에는 내가 하는 운동의 강도와 횟수가 체크되어 레벨 업을 시켜 주기도 한다

최근에 21K를 들던 팔 운동이 26K로 늘어나며

"축하해요" 하는 AI의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

'잘했어요',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내려갈 때 좀 더 버티셔야 합니다'

운동할 때마다 이런 AI의 조언을 들으니 성취감도 느끼고 지루하지 않다

예쁘고 친절한 헬스 트레이너가 상주하고 있어 자세를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월말에는 전 회원들의 출석률, 운동량과 시간, 효과를 비교하는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나는 출석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운동시간과 근력운동 총량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달 운동은 이만하면 됐다

출석률을 높이는 노력도 해야겠다

요즘은 복지관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한다

제법 수준 높은 강의를 듣는 기회도 많다

복지관 활용 잘 만하면 노후가 행복해진다

그중 논현 복지관의 AI 헬스는 내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의 효자 아이템이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 오더라도 논현 헬스장은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근력운동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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