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다.
하루하루가 별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해 뜨고 지는 시각도 매일 다르다.
똑같은 하루는 없다.
이 평범한 진리를 망팔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어마어마한 사건도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말처럼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빨리빨리 자라고 싶던 어린 시절이 지나면
성인이 된 것을 자각하기도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한 채
의무와 책임에 매인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이 시절이 힘든 것만은 아니다
보호받던 시절을 지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도 아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시절이다
자신이 꾸려 나가야 하는 일상이지만 자신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보호해야 할 지식과 생명을 나누어준 부모를 돌보아야 한다
그 지난한 세월을 사람들은 인생의 황금기라 말한다
자랄 때 동경하고 늙어서 그리워하는 시절이 된다
돌이켜 보면 뜻대로 되지 않아 유난히 굴곡이 많은 삶이었다 할지라도
그 시절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후회와 회한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쉽게 느껴지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순간순간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고 그 순간에는 그 선택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잘못된 선택이라 해도.
우리는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로 위로를 삼는다
태양이 뜨거워서 권총을 쏘아야 했던 카뮈의 뫼르소처럼
무슨 일이건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마치 개미 쳇바퀴 돌듯 평범한 일상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선 자리가 지금이다
숨이 멎을 듯 아팠던 시간도, 영원히 계속되기를 원했던 행복한 순간도 지나고 만다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이제 맞이항 은퇴 후의 삶,
생각과 달라진 것은 남은 삶이 조금 더 길어졌다는 것이다
백세시대가 되었다
망팔의 나이라 한들 겪어본 일은 아니다
처음 맞는 노후이다.
자랄 땐 이런저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건만 노인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없다
눈치껏, 그러나 지나온 세월의 경험으로 그럭저럭 시간이 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똑같은 하루는 없었구나
이제야 알았다 한들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새벽 창문을 열면 하루가 시작되고 자리에 눕는 것으로 끝난다.
다만 아침에 창문을 열 때 작은 변화에 눈 뜬다.
초라한 베란다 화분에 새싹이 돋기도 하고
여려 보이던 싹이 제법 푸르러져 의젓하게 자리를 잡은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오아시스처럼 간혹 꽃을 피우는 화분을 만나기도 한다.
하나의 세상이 열리는 것을 본다.
저녁의 소회는 아침의 그것과 또 다르다
하루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이가 들었다 한들 희로애락의 감정이 옅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지나가 버릴 것이라는 걸 안다
기쁨으로 충만한 날도 슬픔에 젖었던 날도 지나가 버릴 것이다
지나고 보면 그리 기쁘지만도 슬프지만도 않은 게 인생이다
무사히 지나간 하루를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