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과 물티슈 사이

내 핸드백 속에는

by 우선열



급하게 걷다가 지나가는 이와 부딪친다.

핸드백 속에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드라마에서 극을 전개할 때 자주 쓰이는 장면이다.

젊은 남녀일 경우 흩어진 물건을 수습하느라 손이 닿고 눈길이 오가며 사건이 일어난다.

명함 한두 장이 떨어져 인연이 이어지기도 하고

수습되지 못한 작은 소지품이나 특별한 물건이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은 극의 복선이 되기도 하고 주요한 장면전환이 되기도 한다


핸드백은 지극히 평범하기도 하고 아주 특별하기도 하다.

가방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내용물은 다를 수 있다

립스틱이나 콤팩트처럼 누구나 소지하는 일상적인 것들도 있고,

개성이 드러나는 물건, 특별한 날에 필요한 서류, 혹은 신분을 나타내는 소지품이 있을 수도 있다.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 영부인에 이르기까지 사치스러운 여자들은

수십 개 고가의 핸드백 때문에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외출하는 장소나 나들이 성격,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나이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70대 가 되면, 나이는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좀 있긴 하지만, 약봉지가 늘어나게 된다

꼭 치료 약이 아니더라도 비상약품이나 영양제라도 챙겨야 안심이 된다

무거운 물건은 가능한 한 사양하고 보온을 유지하기 위한 소품도 필요하다


시대에 따른 변화도 있다

전에는 휴지가 핸드백 속 필수품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공용 휴지가 비치되어 있는 요즘에는 휴대용 물휴지로 대치되었다.

이건 아주 효자 아이템이다.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음식물을 흘릴 때 요긴하게 쓰인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일들은 나이 들면서 자주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다.

써놓고 보니 물휴지가 나이 때문인지, 시대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아리송하기는 하다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소지품에는 텀블러가 있다

이 문제는 가끔 갈등을 일으킨다

지구를 위해서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무거운 걸 들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 더 가깝다

외출할 때마다 망설이는 아이템이다

가지고 나가면 필요한 일이 없고 안 들고나가면 쓸 일이 생기는 변덕스러운 물건이다


연어처럼 회귀하는 물건도 있다. 손수건이다

전에는 휴지 대용으로 쓰였으나 세월이 흐르며 환골탈태하여 신분이 높아졌다

장식용으로 핸드백에 매기도 하고 목이나 손목에 감아 보온에 쓰이기도 한다

전철에서 에어컨 냉방이 너무 차가울 때 목에 매는 손수건은 감기를 예방한다

멀리 가는 전철 안에는 목에 손수건을 두른 할머니들이 꽤 있다.

두세 사람 손수건을 두른 할머니들을 만나면 슬그머니 풀기도 한다

"넌 젊어 보여" 하던 친구의 말을 믿어 본다


올해는 부채도 다시 들었다

손풍기 같은 걸 챙기기는 번거롭고 부채는 가볍지만 용도가 다양하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본래의 목적이 있고

살짝 손만 들면 뜨거운 태양을 가릴 수 있다

손풍기는 나를 위한 바람이지만 부채는 다른 사람을 위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마음을 나누는 바람이 된다


시대의 혜택을 보는 물건으로는 이어폰도 있다

전에는 책 한 권 소지하는 것이 외출의 정석이었지만 무거웠다

슬그머니 빼놓으며 아쉬웠는데 유튜브 책 읽어 주는 코너를 들을 수 있는 요즘은

책이 없어도 서운하지 않다

읽는 대신 들을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청력이다

나이 들면 시력도 약해지고 청력도 나빠진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쯤 되면 평범한 70대 할머니인 내 핸드백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오늘의 퀴즈, 내 핸드백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알아맞히면 5백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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