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by 우선열

말복이 지났다.

이젠 극성스러운 더위도 한풀 꺾이겠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고 호기를 부린 적도 있었건만 이번 더위는 혹독했다.

연일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라는 재난 안전 메시지를 보아야 했다.

폭염을 피해 집안에 칩거한 시간들이 많았다

아쉬운 건 연꽃 축제 건너뛴 것이다.

치일 피일 미루다 보니 연꽃이 지고 있었다

연꽃이 한창인 시즌을 지나서야 겨우 연밥 매달리기 시작한 연꽃밭에 설수 있었다

연꽃과 연밥이 반반인 연꽃 밭을 볼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위로해 본다.


올여름엔 기억에 남을 축제에 다녀온 기억이 없다.

도서 축제니, 빛 축제, 꽃 축제 커피 축제, 다양한 축제를 찾아다니던 즐거움을 잊고 있었다

공연히 서운해져 더위 탓을 하다가 나이 탓도 해보고 세월 탓도 해본다,

이번 여름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듯하나,그건 아니다


여름 초입에 광주 문학축제에 다녀온 생생한 기억이 있다

동문수학하던 문우의 신인상 수상이었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먼 길이라도 불원천리 달려가 축하하는 것이 당연했고 기쁘고 부러웠지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조금 쓸쓸한 기분이기도 했다.

다행히 동행한 다섯 문우들과 나누는 즐거움이 커서 우리만의 축제 같은 흡족함이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축하해준 친구들을 보며 '세상은 살만하다' 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상을 탄 친구는 자신을 축하하러 광주까지 달려온 친구들을 두고 혼자 서울로 가고 싶어 했다 . 자신의 시상인데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눈치를 챈 나만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허전했다.

차마 다른 문우들에게 말 할 수도 없었다 .

그때부터이다

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화두에 집착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내게 부여된 얼마 안 되는 능력을 펼쳐 보이려면 선택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었다.

특히 늦게 시작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기도 하고 욕심이기도 하고 치기가 섞인 것도 같다.

문우들과의 협동과 경쟁도 한 몫했다.

협동없는 경쟁은 발전이 늦고 경쟁없는 협동은 소모적이다

모방과 창조처럼 경계가 애매하다

'실력이 우선이다, 글 쓰는 일과 체력단련 외의 활동은 자제해 보자'

제법 다부진 결심을 했다.


그 후 한 달이 지나 통영 문학 축제에 다녀왔다.

이번엔 내가 수상자이다.

겨우 입상자 문턱에 들어선 미미한 성과였지만 내게는 첫 발자국이라는 의미가 컸고

무엇보다 동행해 준 선배 문우와의 특별한 교류가 있었다

문우의 신인상 시상식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았으나 특별했다

겉은 부족해 보였지만 충만한 내실이었다고 할까

참석하고도 외톨이 기분이 들었던 광주와는 달리

참석은 못 했지만 사울에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물론 광주에서 떠올린 '선택과 집중'의 결과는 아니다

시상식은 미리 벌어진 일의 결과이니 말이다

그 일을 통해서 한 번 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이번 여름이 그냥 지나간 건만은 아니다'

각종 여름 꽃축제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글쓰기에 관련된 두 축제가 있었으니 어느 해보다도 알찬 여름이었다

글쓰기와 체력 단련을 선택하고 집중한 결과이다

좋은 결과였다고 말들 하지만, 당시엔 나도 분명 기쁘기는 했지만 ,

지금 돌이켜 보니 그 선택이 옳았다고는 말 못 하겠다.

올여름 나는 내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던 연꽃 축제마져 놓쳐 버렸다.

여름이 아무 흔적 없이 시라져 버린 듯 섭섭하다

성인이 되어 처음 받아본 독후감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건만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이듯 보지 못한 연꽃들이 아쉽기만 하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것이 인생은 아닐까

'선택과 집중'의 화두 앞에서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날씨 핑계를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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