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by 우선열




좀체 끝날 것 같지 않던 열대야가 수그러 들면서 올 것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짐짓 모른척하고 있었다

모른척한다고 오지 않을 리는 없지만 다시 한 계절을 맞이한다는 기쁨보다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아닐까?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에측은 가능 하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작금에는 그마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아졌다

목적지는 분명하나 만 어떤 경로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로서 어찌할 수 없는 기상 변화 같은 것은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할 수 있다면 내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모른 척하고 싶지만

성급한 귀뚜라미 소리가 계절의 전령사가 되어 버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남은 물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

극심한 폭우와 폭염을 견뎌냈으니 선선한 바람과 쾌적한 기온을 누릴 수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고는 하나 우리의 수명은 하루하루 소비되고 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들이다

역경도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대가 있다.

이유 없는 역경은 없고 경험은 더 없는 스승이다

앞으로 펼쳐질 세월에 등대가 되어 줄 것이다

멀리 가려면 등대가 소중한 법이다

망망대해에 등대 하나 발견할 수 있다면 든든한 지원군 아니겠는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다가올 계절을 맞이하는 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불확실한 미래,

알 수 있는 건 최종 목적지는 누구나 같다는 것,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목적지에 도달할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모르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지만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꿀 수는 있겠다

어린 시절이 행복한 것은 두려움을 모르는 호기심 때문 아닐까?

두려움은 학습된 것일 뿐이고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이번 가을은 호기심으로 맞아 보려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질지,

혹시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묻어 버리고

다가올 새 날에 대한 호기심을 장전해 보자


이제 와서가 아니라 이제부터이다

누구나 오늘은 처음이다

처음 맞은 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고 나면

우리들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내 삶은 이상하고 낯설었지만 아름답고 가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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