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으니 절기 상으로는 이미 가을이건만 더위로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된다.
세월의 덧없음보다 더위에 지친 기력 회복이 우선이다 .
긴 여름이 아쉬울 리 없어서인지 여름 꽃 진 자리가 더 처연하다
'화무십일홍' 그 짧은 시간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환영받는 봄꽃이나 가을꽃에 비해 여름 꽃은 반가움이 덜하다
더위도 더위려니와 녹색의 강한 기운을 이기지 못해서라고 한다.
여름은 꽃보다 신록의 계절, 바다의 계절이다.
산으로 바다로 더위를 피하다 보니 어느새 여름도 기울고 있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떠나는 자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안타깝다.
이제야 여름 꽃이 애잔해진다.
연 밥이라도 괜찮다고 아쉬워하며 연꽃을 보내고 나니 수국이 지쳐 있다.
시들어가는 수국은 개화기의 청초한 모습과 달라 차마 보기 힘든다.
배롱나무꽃은 곱지만 애처롭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처절한 몸부림,
늦은 여름 해바라기는 가을을 재촉한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해 바라기가 가을을 부른다
보고 싶어 눈을 감아버리는 아이러니이다
세상사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다
운명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수만도 없다.
오가는 계절이야 내 뜻이 아니라도 계절에 누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다.
올여름은 유난스러웠다고 핑계를 대본다.
광주로 통영과 태백으로 목적도 동행도 달랐으니 더위만큼이나 유별난 여름이었다 .
꽃 진 자리가 아쉬운 이유이다
'윤유월의 축복을 누려보자', 덕분에 조금 길어진 여름.
한껏 누린 초록과 지는 꽃들을 아쉬워 말고 남은 꽃으로 후회 없는 여름을 만들 수 있다
늦여름에 피는 꽃 해바라기, 풍성한 씨앗을 품는 해바라기로 여름 꽃의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피고 지는 배롱나무꽃의 끈기를 본받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혹독한 남은 여름 더위도 견딜만 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