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여니 새벽바람에 비가 섞여 제법 선선허더.
좀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 더위도 한풀 꺾였다.
9월이다.
시원한 냉수보다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진다.
여름내 사용하던 유리잔이 어색해져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도자기 찻잔을 꺼내 본다
계절이 바꾸면 루틴도 달라져야 해야 한다
찬물이 따뜻한 물로 바뀌듯 찻잔도 변한다.
여름을 보내며 가을맞이를 해야 할 때이다.
70번을 넘게 맞이한 가을이지만 해마다 같을 수는 없다
언제나 그해 가을은 처음이다
낙엽 뒹구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터지던 가을도 있고
쓸쓸히 서있는 나목만으로도 설움이 북받치던 시절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맘때면 '지난'여름 더위는 혹독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젠 제법 그 차이가 눈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장에 열대 과일이 많이 보이고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다는 소식이 함께 온다
이번 여름엔 망고 파동이었다
제주도에서 직접 재배한 망고냐, 수입품 냉동 망고냐가 빙수업계를 흔들었다
10배 넘는 가격 차이가 핫이슈였다.
이가 시려 더 이상 빙수를 즐기지 못한 게 서너 해인데
나와는 별무 상관인 빙수 논쟁에 휩쓸려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했다
빈 유리잔처럼 허망한 노릇이다
이제 9월, 도자기 찻잔을 꺼낸다
가을 찻잔엔 시끄러운 바깥세상에 휩쓸리기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담고 싶다
더위를 핑계로 미뤄 놓았던 책을 읽어야겠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책 속에서 발견하는 내 모습을 따스한 차 한 잔에 담아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