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 날

by 우선열

“정신건강의 날? 이런 날도 있었네.”
혼잣말을 하며 블로그를 뒤져보니, ‘지난 오늘 글’에 이미 세 편의 ‘정신건강의 날’ 관련 글이 올라와 있었다.
삼 년 동안 해마다 이날에 맞춰 정신건강에 대해 글을 써왔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건강의 날이 2017년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전부터 이 날에 대해 알고 있었던 셈이다.

“건망증이야.”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해보지만,
‘이러다 정말 치매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치매만큼은 피해가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까지 폐를 끼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연명치료 거부 의사는 분명히 밝혔지만,

그것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해당하는 것이고 단순 치매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니 치매에는 안 걸릴 거야.’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고스톱을 치거나 손을 움직이는 등 세간에 알려진 치매 예방법에도 관심이 간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결국엔 치매 걱정으로 끝을 맺는다.
나뿐 아니라 우리 또래 노인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다.
하지만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다른 모든 걱정도 마찬가지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다면 걱정이 없겠네.’
흔히 들리는 말처럼, 걱정은 걱정을 없애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정신건강, 걱정, 치매를 하나로 엮고 있는 듯하다.
치매는 정신건강의 한 증상이고, 걱정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본다.


치매를 미리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겠다.
그 걱정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98세에 세상을 떠나셨고, 96세 무렵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셨다.
섬망 증세였다.
평소에 하고 싶으셨던 일을 실제로 하신 것으로 착각하셨다.
큰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언니와 나에게는 현금을 나눠주었다는 말씀이었다.
복권에 당첨되어 그렇게 하셨다고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말씀하셨기에 아무도 어머니를 의심하지 않았다.
대신 형제들끼리 서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연로하신 어머니에게서 다른 형제들 몰래 돈을 받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물론 오해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 어머니의 섬망 증세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서로를 의심했던 그 정황은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다행히 어머니의 섬망 증세는 그 외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신이 평소에 하고 싶으셨던 일을 했다고 믿으셨으니 마음은 흡족하셨으리라 짐작된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만 본의 아니게 자식들 간에 불신이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는다.

다른 가족들이 겪는 심한 치매 증상에 비하면 가볍게 지나갔지만, 우리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정신건강을 잘 유지하여 치매를 최대한 늦추고,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내 정신으로 살고 싶다.
치매에 걸리면 내가 나를 잊고, 치매에 걸린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낼 수도 있다.
미리 걱정하는 지금이 오히려 문제일지도 모른다.
앞날을 걱정하기보다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신건강을 지키는 바로미터 아닐까.
그렇게 하면 치매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10월 10일은 정신 건강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