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평탄한 한 해였다. 깊은 웅덩이나 벼랑 없이 잔잔히 흐른 한 해였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제 속도를 내며 흐르는 물도 높낮이가 다르고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벼랑 끝의 절규나 물웅덩이의 침묵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고유의 목소리이니 어느 하나 소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의명분이 분명한 큰일은 관례가 따르지만 누구나 겪고 지나가는 작은 일은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다.
이렇다 하게 큰일은 아니더라도 일 년 365일 어느 한 날인들 같은 날은 없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한 해가 되었으니 그만그만한 날들을 보낸 소회가 깊어지게 마련이다. 혼자 앓아야 하는 고뿔 같다.독감이나 아니었으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남의 눈에 터럭보다 내 눈의 티끌이 더 아픈 법이니 대수롭지 않은 고뿔이 평생을 같이 하는 지병이 될 수도 있다.
평탄했던 한 해가 나빴다는 말은 아니다. 평탄함이 그냥 왔을 리는 없다.물 위에 떠있 는오리가 물밑에서 수없이 발길질을 하듯이 물 흐르 듯 흘러온 일상이 만들어 낸 소중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발길질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말이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고뿔을 혼자 앓아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감기는 열감기 목감기 기침감기 저마다 형태가 다르다. 같은 감기라도 저마다 받아들이거나 앓아야 하는 강도가 다르게 된다. 누구나 앓는 감기에 나만 유난스러운 듯했던 건 아닐까? 이번 연말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무게이다.
어쨌거나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히 흐른 한 해였고 중간중간 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건만 기쁘지만은 않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더 영광스러운 날들을 위해서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보다는 좋은 일마다 잡음을 들어야 했던 기억이 나를 아프게 한다.
잡음이 혼자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도 어떤 틈이 있었기에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말미가 되었을 듯하다.
더구나 두 번의 잡음이 같은 내용이었다. 일어난 행동에 대한 잡음이 아니라 일어나기 전에 내게 가해지는 압박이었다. 스스로 이겨내고 소중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기쁘지만은 않다. 결론만으로는 잘한 일이었으나 그동안 겪은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는다.
가해자가 분명한 일이건만 그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친분 관계가 얽혀 있고 그들의 의중에 나쁜 뜻이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다름을 인정하여 여기까지 왔으니 쿨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게 가해진 박해 같다는 생각이 거둬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인데 두 번 다 나에게 포기하라는 메시지였으니 말이다.
어떻든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포기하지는 않았다. 두 번 다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으니 다행한 일이지만 얼룩이 제거되었다 하더라도 흔적은 남아 있는 듯하다. 한 해의 마무리가 나쁘지는 않은 듯한데 마음속에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외면하지는 않으려 한다. 상처가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도려내지 않으면 언제 다시 곪아 터질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사람 사이의 일이라 혼자 해결하기엔 애매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책임회피를 하고 있나 보다.
내 영역을 내가 지켜내지 못했다면 내 잘못이다. 감히 넘볼 수 없도록 견고한 실력을 쌓으면 된다. 2025년이 2026년의 내게 보내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