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무탈하기를

by 우선열

새해 첫날, 달력 첫 장을 찢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로이 시작되는 우리의 한 해가 무탈하기를,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작년 이맘때 내 마음은 몹시 분주했습니다. 일출을 보리라 작정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새해 첫날을 시작하는 마음이 조금 불안 했나 봅니다. 어디든 기대 보고 싶은 심정이었겠지요. 당시는 그걸 희망으로 보았나 봅니다.아마 반반 아니었을까요? 겉은 의욕적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던 겁니다.

2024년 2월, 행복한 글쓰기 반에 등록하며 공식적인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혼자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이리저리 부딪히며 정체성을 찾아야 했습니다. 글쓰기의 사회화라 할까요? 뒤늦게 시작하는 여정이 버거웠을 수도 있었습니다. 잘 시작한 거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간절함이 몸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2025년 첫날, 일출을 보리라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비록 날이 흐려 기대했던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새벽시간을 뚫고 새해를 맞이하려는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뜨거움 덕분일까요. 2025년을 보내는 소회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속내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으니 이런저런 잡음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비교적 마음 편하게 2026년을 맞아 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만 세상사 뜻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연초는 차분하게 내면에 충실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는데 반갑지 않은 안부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나이에는 안부 전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오랜만에 받는 지인의 안부 인사는 대부분 병원에 입원했다거나 부고 일 경우가 많아졌습니다.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순간을 맞게 됩니다

이번엔 철퇴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형부의 발병 소식입니다. 부모님을 여의고 우리 오 남매의 구심점이 되어 주던 맏형부가 병석에 누워 버렸습니다. 나이 들어 건강이야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지만 가볍게 지나갈 병이 아닙니다. 사활을 걸고 투병해야 하는 지독한 병입니다. 생로병사가 인간의 숙명이니 언젠가는 닥칠 일이지만 지금은 너무 가혹합니다. 이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소중한 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시간들도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하루하루 일상이 소중해졌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범하게 보낼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얼마 전까지 한 해를 보내며 시끄럽던 소회가 조용해집니다. 어린 시절 대보름 날 마당에 우리를 세워놓고 팥알을 뿌리시며 '그저 그저 무탈하기를' 달님에게 빌던 작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여느 날처럼 기상을 했지만 하루를 맞는 마음은 전 같지 않아졌습니다. 오늘은 1월 1일, 하루가 아니라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새벽시간, 지난달의 달력을 찢어 내듯 마음속 시끄러운 소리들을 몰아냅니다. '새해는 제발 무탈하기를' 일출의 뜨거운 기운을 담은 간절한 기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