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 산책,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 겨울

by 우선열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을 우리는 겨울이라 부른다'.

나는 이 말이 좋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추위를 많이 타 이 계절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조용히 칩거해서 보내는 편이건만 이 말을 들으면 힘이 솟는다.

밖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에 남아 있는 까치밥 한두 개와 까치집을 보노라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풍요롭지 않아도 좋다.

부족한 대로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다.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 겨울.


겨울에 내가 자주 찾는 산책로는 선정릉이다

도심에 있어 멀리 가지 않고도 잘 가꾸어진 자연을 접할 수 있다.

선정을 베푸시고 문물을 발전시킨 성군 성종께서 잠든 곳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한다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해본다.

마음이 지쳤거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할 때 응석을 부리거나 떼를 쓰기도 한다

말없이 고이 품어주시는 듯하다

까마득한 후손의 재롱이니 어여삐 봐주시리라 미루어 짐작하면 든든 한 뒷배경이 된다


겨울을 가장 겨울답게 하는 건 나목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빈 몸으로 의연하게 겨울을 버틴다.

푸른 하늘을 향해 뻗은 빈 가지가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아무런 장식이 없이 스스로 빛난다

하늘에 윤슬처럼 반짝임이 인다


입춘이 지났으니 조금 있으면 재실 앞에는 복수초가 핀다

도심에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서로의 온기를 녹이던 나눔에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

빈 나뭇가지에 까치집이 아니었다면, 한두 개 남아 있는 까치밥이 아니었다면

봄이 이토록 찬란하지 않았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눔의 온기로 싹트는 봄


올겨울, 파란색의 물까치 떼를 선정릉에서 만났다.

그동안 내가 무심해서 물까치를 몰 수 없었는지 물까치가 새로 이사를 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추운 날, 물까치 떼가 눈앞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녔다

가까이 가려면 어느새 포르르 날아가 한걸음 밖이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 보아도 나보다 한걸음 빠르다

안타깝게 뒷모습만 바라볼 뿐 눈인사도 하지 못했다지만 고운 뒤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물까치는 꼬리가 파란색, 행운의 파랑새가 아니겠는가

2026년의 행운은 나의 몫인가 보다

나목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선정릉의 겨울

찾아와 준 파랑새 물까치가 있어 행복이 두 배

행운을 나누는 선정릉의 겨울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