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민트

by 우선열

휴민트는 액션 첩보영화이다. 폭력 영화를 싫어하지만 6·25 전쟁 이야기만은 피해 갈 수 없다. 종종 잊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쟁으로 인한 분단국가이다. 이따금 이런 자극이 있어 현실을 마주한다. 전후 세대의 아픔을 겪으며 자란 우리도 이러할진대 7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젊은이들에게 분단이라기보다는 종전의 개념일 수도 있다. 체재와 사상도 다르고 오랫동안 교류가 없어 관습도 달라졌으니 분단국가라기 보다 서로 다른 나라 같기도 하겠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서남아시아의 전쟁을 보면 전쟁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유난히 외침이 잦았던 역사적 사실과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현재 휴전 중이라는 사실에서 높은 개연성을 본다. 그러니 휴민트는 영화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랜만에 본 영화에서 조인성은 더 이상 꽃미남은 아니었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중후함이 여전히 멋있었고 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눈매는 더 깊어졌고 세월의 흔적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노련함과 삶을 소중히 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사람을 귀히 여기는 모습이었다.

대조적인 소련 영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산당의 폐해를 가장 잘 아는 그는 체재를 포기했다.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마약과 인신매매를 일삼는 쓰레기가 되었다.최고의 위치를 장악하고 있었으니 그 폐해는 더 컸겠다.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퍼졌던 마약의 검은 손길이 생각나 몸서리가 쳤다. 그는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현실과 타협했고 수많은 사람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체재에 순응한 북한 청년의 모습도 본다. 오로지 그들만의 세계에 살아왔으니 순종할 뿐이었다. 사랑이 싹트며 그의 사상은 변질을 겪는다. 사랑은 사상은 물론 자신의 목숨보다 귀했지만 마지막 살고 싶다는 절규를 남기며 죽어가야 했다.

여인은 자신을 구해준 남쪽도 자신을 위해 죽어간 사랑하는 사람의 북쪽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제3국에서의 조용히 살기를 원할 뿐이다. 현재의 우리도 그와 같지는 않을까? 복잡하고 어려운 점은 잊고 현재에 조용히 머물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깨어 있다고 믿어 보련다.


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월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중후한 멋이 보이는 조인성의 넉넉한 품을 간직하고 있다. 인류애는 영원히 살아남겠지만 있을 수 있는 전쟁도 피해 갈 수는 없다. 분단국인 우리가 가장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 전쟁을 일삼으려는 무리 속에서 우리를 지켜 내야 한다.


지난 세월 속에서 무뎌졌다기보다는 깊어졌다고 믿어 보련다. 꽃미남 조인성도 좋았지만 중후한 조인성의 모습에서 깊은 신뢰를 본다. 우리의 분단도 세월 속에 잊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편으로 익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