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에 꽃이 터질듯합니다' 글쓰기 반 단톡방에 메시지가 떴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선정릉 복수초가 궁금하던 참이었다. 주초만 해도 복수초가 피는 재실 앞 화단은 빈 땅이었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자칫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봄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차가운 겨울 땅을 뚫고 고운 자태를 드러낸 용감한 녀석을 모른 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상 작파하고 길을 나섰다.
평소라면 능에 먼저 인사를 드렸겠지만 마음이 급하니 재실 앞으로 달려갔다. 재실 앞 화단은 계단을 이루고 있다. 작년에는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층에 복수초가 만발이었다. 성큼 뛰어올랐건만 노란 꽃이 보이질 않았다. '아직 좀 이른가 보다' 혼잣말을 하며 작년 꽃 핀 곳을 눈 짐작으로 더듬고 있는데 보였다! 마른 풀색과 잘 구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꽃 몽우리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시구절을 떠올리며 주변을 살피니 여기저기서 꽃눈이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이제 하루 이틀이면 피겠구나, 다시 와야겠다'.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아래 계단에 노랗게 빛나는 꽃 무리가 발견되었다. 복수초였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었다. 분명 반짝반짝 빛나는 별 무리였다. 봄의 척후병이 틀림 없다.
'제대로 봄맞이를 하였으니 주말 오후 이만하면 되었다.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 서니 선정릉이 더 친밀해진다.선정릉은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기 좋은 산책길이다. 나는 공연히 마음이 우울해질 때 이 곳을 자주 찾는다. 심사가 어지러울 때 능 앞에 서서 투정을 부리면 성군이셨던 성종 임금님께서 까마득한 후손의 불평을 귀엽게 봐주실 것만 같다. 마음 놓고 어린아이가 되어 어리광을 부리면 따뜻한 햇살이 성은처럼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도 같다. 양지바른 곳이다 .
오늘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덕분에 봄맞이 제대로 했으니 이번 봄에는 행운이 무더기로 오려나 봐요" 욕심을 드러내 보이지만 부끄럽지 않다. 이래서 선정릉이 좋다 .
산수유 꽃망울이 터질 듯하니 나뭇가지에도 싹이 틀 것이다. 봄 새싹을 찾아 나섰다. 우선은 나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나무처럼 스산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봄 햇살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푸른 하늘에 나무 가지들이 윤슬처럼 반짝인다. 눈길 닿는 곳 어디에나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