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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20. 2022

김소영, <어린이책 읽는 법>.

어린이 역시 독자. 

<어린이책 읽는 법>은 내게 특별한 책이다. 딸아이가 두 발로 선 이후 처음으로 낙서를 한 책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어찌하다보니 이 책을 출간한 유유출판사의 도서들이 딸아이의 눈높이에 꽂혀 있었는데 처음에는 책장에서 책을 후두둑 빼내며 놀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책을 징검다리처럼 쭉 이어가며 놀았다.  


그날도 그랬다. 집에 돌아오니 바닥에는 책이 이리저리 쌓여있었고 어떤 책은 거실까지 일렬로 쫙 이어져있었다. 딸아이와 정리를 하던 중 표지가 다른 책보다 유독 구겨진 책을 보게 됐고 펼쳐보니 각종 그림이 군데군데 그려져있었다. 이를 어찌해야할까 생각하다, 책 읽는데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웃고 말았다. 


문제의 그 책을 어제 오늘 읽었다. 이번 달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참고차 꺼내두었던 건데 모임을 마치고 나서 천천히 살펴봤다. 문장은 역시나 간결했고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책을 쓴 김소영 작가의 2020년 작품 <어린이라는 세계>를 이 책보다 먼저 읽어본 터라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신뢰가 갔다. 


24쪽 문장이 특히 좋았다. "어린이도 역시 '독자'라는 사실은 모른 척하고 가르칠 대상으로만 보는 것, 어린이의 개성을 무시하고 책 읽기를 최우선 가치로만 여기는 것이 과연 어린이와 책 사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지 의문이 든다." 각종 '읽기 레벨'을 지적한 39쪽 문장도 멋지다. "어느 쪽이든 독자인 어린이에게 결례다."


아직은 이 책에서 딸아이 독서 교육에 바로 도움이 될 만 한 계기는 찾지 못했다. 아빠로서 내 딸이 책을 평생 좋아하기를 바라지만 그건 나의 희망일 뿐 그가 계속 책을 좋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금처럼 호기심을 이어 나가기를,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한 번 쯤은 기분좋게 읽는 내가 되기를 다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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