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올로프 팔메.
전직 스웨덴 총리 올로프 팔메 Olof Palme (1927~1986). 나는 이 정치인의 이름을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1946~2009)의 글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글의 제목은 '내가 선택한 길을 내 뜻대로 걸었다'로, 2002년에 출간된 어떤 책에 실려 있었다. 대통령께서 그 글에 남기신 문장은 이렇게 서술되어있다.
"스웨덴의 전 수상이었던 팔메의 이미지를 꿈꾸어 본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수상. 국민들이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있던 지도자. 결국은 경호원 없이 영화 관람을 한 후 지하철을 타려던 중 불의의 암살을 당하고 말았지만. 이제는 좀 그렇게 낮은 곳에서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그런 지도자를 보고 싶다."
당신이 선택한 길을 당신 뜻대로 대차게 걸었던 그가 그토록 꿈꾸던 정치인이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일까 궁금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 사회를 설명한 몇몇 책에서도 이 이름은 빠지지 않고 나오길래 대체 누구인지 더더욱 궁금했다. 그래서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를 잠깐 읽었다.
감상을 미리 말하자면, 노무현 대통령만큼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한 나라의 최고위직에 오른 정치인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가난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정치 인생동안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은 인물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죽음마저 스스로 지고 갔다.
가난을 극복했기 때문에, 모든 걸 짊어지고 떠났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삶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선택한 길을 제 뜻대로 걸어갔다. 그게 안 되는 길인 줄 알면서도 그게 옳은 길이라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은, 갖은 조롱과 멸시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걸어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