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말.
노무현재단에서 2018년 5월에 펴낸 5천원짜리 책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일주일에 걸쳐 읽었다. 부제는 '노무현 대통령 어록집'이며, 노무현의 정치, 노무현의 정책, 노무현의 사상, 노무현의 명연설 등 4개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목차를 포함해 총 267쪽이며, 종이 재질은 꽤 뻣뻣하다.
책에 수록된 대통령의 여러 어록 가운데, 시간상 가장 빠른 것은 1988년 7월 8일에 행해진 '국회 대정부질문' 연설이며, 가장 나중 것은 2009년 3월 19일 16시 32분에 대통령이 직접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 게시한 '좋은 글 하나 추천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1988년 7월 8일 대정부질문은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첫 연설이며 이렇게 시작한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책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다 읽고나서, 앞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쓴 글이나 한 말이 아니면 가급적 읽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통령을 소재로 여러 사람들이 쓴 책을 그간 모아두었는데, 그 이름들을 살펴보니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퇴락한 인물들이다.
이번 독서에서 배운 바가 많았다.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망조가 든 지금의 야당, 한때 전국 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왜 이렇게 누추해졌는지 진단해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시간에 발췌한 문장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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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附記
다음에 읽을 책은 <올로프 팔메 :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이다. 이번에 읽은 대통령의 어록집 178쪽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스웨덴의 전 수상이었던 팔메의 이미지를 꿈꾸어 본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수상. 국민들이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있던 지도자. 결국은 경호원 없이 영화 관람을 한 후 지하철을 타려던 중 불의의 암살을 당하고 말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