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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n 06. 2022

요한 C. 아놀드,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

딸아, 현충일 연휴 마지막날이다. 아빠는 어제 오늘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라는 할아버지가 쓰신 책인데, 네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이 분의 가르침을 한번 정리해볼까한다. 아빠가 이 책을 알게 된 건 네가 태어난 2018년 봄 무렵이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책에서 이 할아버지의 성함을 알게 됐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을 해서 바로 구입해두었다. 아빠가 교육에 관련된 책을 읽은 건 거의 3달만이다. 네가 유치원에 입학한 2022년 3월 초에 읽은 <하루 10분 퀄리티타임 육아법>이 마지막이었는데, 그새 의미있는 변화가 네게 찾아온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그때 사둔 이 책을 꺼내어 읽어본다.


먼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라는 할아버지에 대해 조금 알아볼까? 아놀드 할아버지는 1940년 11월 14일에 영국에서 태어나셨다. 독일계 후손이며, 전쟁 탓에 고향을 떠나 파라과이로 미국으로 이러저리 옮겨다니셨다고한다. 1972년에는 목사가 되셨고, 1983년에는 브루더호프라는 기독교 공동체에서 장로 직책을 맡으셨다고한다. 이 책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를 포함해 총12권의 책을 쓰셨다고 하며, 20개의 각기 다른 언어로 번역돼 세계 여러 나라의 독자들과 만났다고한다. 기사를 찾아 읽어보니 아놀드 할아버지께서 2017년 4월 15일에 돌아가셨다고하는데, 네가 태어나기 거의 1년 전이구나.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이렇게라도 빈다.


이제 아빠가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한번 읊어볼까? 44쪽 하단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각자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특별한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가장 잘 배운다. 놀이는 기쁨과 만족을 주고 일상의 어려움에 초연해지게 돕는다. 미친 듯이 아이들의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지금의 문화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놀 권리가 있다." 그래, 계속 놀자. 네가 좋아하는 나무 블록으로 집을 만들고, 네가 좋아하는 색연필로 상어를 그리자. 집 앞 놀이터에도 자주 가고, 집 건너편 숲에도 자주 가자. 어렵지만 아빠는 이 약속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아빠가 이 책에서 무릎을 친 대목은 164쪽에 적힌 다음 문장이다. "사실 우리는 한 아이도 가르칠 자격이 없다. 우리의 입술은 깨끗하지 않고, 우리의 헌신은 온전하지 않다. 우리의 신실함은 불완전하고, 우리의 사랑은 분열되어 있다. 우리가 베푸는 친절에는 저의가 있고, 우리는 여전히 비정함과 소유욕, 이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놀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에버하르트 아놀드라는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라는데, 꼭 아빠에게 해당하는 말 같아서 한참동안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아빠는 용기를 내본다. 아빠는 신앙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의 옳고 그른 행동들을 이제라도 분간하고자한다.


딸아, 우리는 얼마 전에 영화 <라이온킹>을 함께 봤다. 너도 언젠가는 아빠 엄마 품을 떠나야한다. 지금부터 길어야 15년이다. 그때까지 너는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스스로 밥을 해먹고, 스스로 사물의 진리를 깨달아야한다. 함께 살아가는 규칙을 배워야하고, 옳은 말과 행동을 익혀야한다. 아직 한글도 모르는 네게 참으로 거창한 말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빠는 이런 생각을 늘 붙잡고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네게 문장 하나를 전한다. 이 책 178쪽에 있는, 헨리 워드 비처라는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유산 중에 끝까지 남을 것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뿌리이고, 다른 하나는 날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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