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쓴 2019년 작품 <한동일의 공부법>을 읽었다. 이번에도 문장은 투명했다. 2017년 저작 <라틴어 수업>처럼, 그의 문장은 애둘러 가지 않으면서도 곧바로 질러 가지도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자아성찰이 몸에 밴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이었다. 여전히 수줍어 하는 표현이 몇 있었지만, 저자가 쓴 책 가운데 2권만 겨우 읽어놓고 그에 대해 이래저래 추측을 하는 건 결례이니 추가 언급은 자제한다.
한동일의 1호 공부법은 '겸손'이다. <라틴어 수업>에도 이야기했었다. 겸손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겸손하다는 건, 남을 존중하고 나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중간에 자르지 않는 것이다. 듣다가 궁금한 게 생겼다고 바로 묻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면 천천히 묻는 것이다. 아는 건 무엇이며 모르는 건 무엇인지 가려내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잘 한다고 모두 겸손한 건 아니다. 증거들이 널뛰고 있다.
한동일의 2호 공부법은 '반복'이다. 이 역시 <라틴어 수업>에서 이야기했었다. 늘 하던 걸 꾸준히 반복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고, 같은 시간동안 공부를 해야한다. 같은 시간동안 책을 읽고, 같은 시간동안 정리를 해야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운동과 명상이 필요하다. 허벅지와 허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오래 앉을 수 있고, 눈과 머리가 맑아야 글자를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다.
한동일의 3호 공부법은 '매듭'이다. 이 또한 <라틴어 수업>에서 이야기했었다. 한번 맛을 본 건 어떻게 되었든 끝을 봐야한다. 이런저런 변명의 여지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 재미없고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이도저도 안 된다. 재미없고 어렵다면 잠시 덮어두고 머리와 몸이 허락할 때까지 진지하게 기다려야한다. 매듭을 지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매듭을 지어야 내가 아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뭔지 분간이나마 할 수 있다.
공부의 목적은 소통이다. 합의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285쪽에 나와 있다. "모든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공부하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과학을 공부하고 예술에 헌신하는 그 모든 배움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우리에겐 어떻게 인간에게 다가가야 하고 유익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공부의 격을 높여가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