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세무민.
내가 보기에 윤석열과 이재명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욕심이 많고 염치가 없으며, 권력을 좋아하고 예의가 없다. 둘 다 자기 사람은 확실히 챙기는 대신, 집안 단속은 안 하고 또 못 한다. 다른 게 있다면, 윤석열은 무식하고 무지하다는 점이고 이재명은 간교하고 간악하다는 점인데, 이 차이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무식하고 무지한 사람이 권력을 갖게 되면 간교하고 간악하게 변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간교하고 간악한 사람이 권력을 얻게 되면 또한 무식하고 무지한 사람으로 변모했던 것이 역사 속 모든 독재자들이 거쳐갔던 경로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을 먼저 살펴보자. 2022년 5월 10일 이후 그는 거의 건달이자 한량의 모습이다. 예우를 갖춰 전임 대통령을 배웅했던 게 마지막이었다. 취임사에는 '반지성주의'를 여러 번 언급했지만 그 자신이 '반지성주의'의 대표적 사례였다. 전임 대통령의 사저 앞에 극우 세력을 배치했다. 전임 정부의 정책과 인사를 모조리 비난했다. 정부 조직을 근거 없이 개편했다. 비선 조직에서 사람을 천거했다. 국제 사회에서 단단했던 나라를 한 달 만에 만만한 나라로 만들었다. 굳이 청와대에서 뛰쳐나와 자택에 갇혀 재난상황을 관람했다.
이재명이라는 사람도 한번 살펴보자. 2022년 3월 9일 이후, 그는 거의 사기꾼이자 점령군의 모습이다. 말부터 경박하다. 개딸 개딸, 양아들 양아들한다. 반성도 설명도 없이 스스로를 국회의원에 천거했고, 거기다가 당대표까지 넘보고 있다.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죽임을 당했다. 수사 기관의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그를 옹립하려는 몇몇 최고위원 후보자들과, 그에게 부화뇌동하는 다수 국회의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나같이 천박하다. 거대한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양심은 고사하고 인간의 도리마저 버린 자들이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다르지 않다는 근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둘 다 민주적인 절차로 권력을 쟁취했다는 말을 한다. 역대 최소 표차로 당락이 갈린 사실을 견강부회하여 민심을 운운한다. 둘 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다. 규정과 규칙을 주장하지만 다수의 합의로 만들어진 제도를 마구 무너뜨린다. 둘 다 훌륭한 참모를 이야기한다. 능력있는 인사를 말하지만 곁에 있는 자들은 죄다 흑심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개발 이익을 탐한 자들이 한몸으로 엮여있다. 대놓고 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로 욕하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고 한다. 검찰 권력이 헌법을 유린하여 적법한 절차로 당선된 지도자를 내쫓았다는 브라질 사회를 다룬 르포 영화라고 한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들었다. 그것도 이재명의 입에서 나온 말로 알게 되었다. 혹세무민이요, 파렴치한이 따로 없다. 2022년의 국제 사회를 둘러보자. 민주주의의 위기는 대한민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후 위기와 함께 가고 있다. 혹자는 떠나간 사람을 아쉬워한다. 부질 없다. 함께 비 맞고, 혼자 공부하며 버티고 또 버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