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 가생 열전 屈原 賈生 列傳.
<굴원 가생 열전>은 바로 앞에서 읽었던 <노중련 추양 열전>과 함께 '선비'들을 추모한 이야기이다. <노중련 추양 열전>을 읽으며 아빠는 네게 '선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굴원 가생 열전>에서는 가생이 지었다고 하는「복조부鵩鳥賦」라는 작품을 너와 함께 감상하고 싶다.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굴원屈原이 지은「회사懷沙」라는 작품도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아빠는 전한 사람 가생賈生이 지은「복조부」가 더 애달프게 들렸다. 가생은 스스로 목숨을 던진 굴원을 추모하며「조굴원부弔屈原賦」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그럼「복조부」를 함께 읽어볼까? "만물은 변하며 정녕 쉼이 없구나. 돌아 흘러서 옮겨 가고 또는 밀어서 돌아간다. (…) 재앙이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이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라. 근심과 기쁨은 같은 문으로 모이고 길함과 흉함은 한곳에 있네. (…) 천명이란 말할 수 없는 것, 누가 그 끝을 알랴! 물은 부딪히면 빨라지고 화살은 힘을 받으면 멀리 가는구나. 만물은 돌고 돌아 서로 부딪치고 진동하면 변하네. (…) 하늘의 이치 예측할 수 없고 도는 미리 꾸밀 수 없도다. 수명에는 길고 짧음 정해져 있는데 어찌 그때를 알 수 있으리!"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낮추고 자기를 귀하다 하네. 통달한 사람은 넓게 보고 무슨 물건이건 한결같이 보네. 탐욕스러운 사람은 재물을 위하여 죽고 열사는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법. 권세를 뽐내는 자는 권세 때문에 죽고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리지. 이익에 유혹되고 가난에 쫓기는 무리는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네. 성인은 사물에 굽히지 않고 수많은 변화를 만나도 한결같다네. 세속 일에 구애받는 사람은 우리 속에 갇힌 죄수 같도다.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만물을 버리고 홀로 도道와 함께하누나."
"많은 사람 미혹에 빠져,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 가슴속에 쌓지만, 진실한 사람은 담박하고 적막해서 홀로 도道와 더불어 사는도다. 흐름을 타면 흘러가고 모랫벌에 닿으면 멈춘다네. 몸을 자유롭게 천명에 맡기고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네. 살아 있으면 떠 있는 것 같고 죽으면 쉬는 것과 같네. 심연의 고요함처럼 담담하고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 있네. 살아도 스스로 귀중히 여기지 않고 공허한 마음을 길러서 유유자적한다네. 덕 있는 사람은 얽매임이 없고 천명을 알아 근심이 없으니 하찮은 가시덤불이야 어찌 걱정이나 하겠는가!"
그래, 어떻게 읽었니? 아빠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 남자가 자꾸 떠올라 가슴이 내내 먹먹했다. 그분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죽는 날까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셨던 분이다. 죽는 날까지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상식과 정의'를 실천하셨던 분이다. 그분이 살아생전 남기셨던 마지막 글도 함께 읽어볼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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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노중련 추양 열전>과 <굴원 가생 열전>을 읽고 나서 마음이 뭔가 단단해져 가는 걸 느꼈다. 다음 시간에는 <사기 열전>의 25번째 이야기 <여불위 열전>을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