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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11. 2022

3명의 대통령.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2022년 8월 29일부터 <사기 열전> 완역본을 읽고 있다. 사마천은 이 책에서 제왕도 제후도 아닌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을 묘사했는데, 그 이유는 이랬다. "정의를 따르고 재능이 뛰어나서 스스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천하에 공명에 세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70 열전을 지었다." <사기 열전>에는 바로 이 평범한 사람들이 대응했던 각국 지도자들의 언행도 묘사되어 있는데, 나는 사마천이 기록해둔 이들의 말을 읽으며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3명의 대통령과 그들이 했던 말들을 떠올려본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3명 대통령의 말들을.   


- 김대중 대통령 : "도대체 우리가 어찌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냉정하게 돌이켜봐야 합니다. 정치, 경제, 금융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이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에 물들지 않았던들, 그리고 대기업들이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문어발처럼 거느리지 않았던들, 이러한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파탄의 책임은 국민 앞에 마땅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 제15대 대통령 취임사, 1998. 02. 25.


- 노무현 대통령 : "진실을 토대로 하지 않는 정치는 어떤 제도로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자기 말에 가치가 실리지 않고, 일관성이 실리지 않는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어떤 제도로도 이것은 치유할 수 없습니다. 보증해 줄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좋은 헌법이 있어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를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가 가능한 토양,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토양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것을 우습게 생각하는 정치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 - 국무회의 발언, 2007. 03. 13.   


- 문재인 대통령 :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뒤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해보기도 하죠. 그때 이랬더라면, 저 길로 갔더라면, 하고 후회도 하는데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가보지 않은 길인데 그 길로 가면 더 좋았을지 나빴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은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말아야 하고요. 저는 그게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 문형렬, <대한민국이 묻는다>, 2017. 01. 16. 


<사기 열전>의 16번째 이야기인 <평원군 우경 열전>에 '모수'라는 사람이 나온다. 조나라가 진나라의 침략으로 위험에 처하자 평원군은 자신의 식객과 문하생들을 모아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하는데, 이 위급한 상황에서 바로 이 모수라는 사람이 평소 말만 많았던 다른 식객들을 제치고 일을 성사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모수가 식객들을 향해 하는 말이 있으니 이랬다. "그대들은 범속하고 무능하며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자들에 불과합니다." 다른 식객들이 말만 많을 때, 모수는 조용히 실력을 길러 결정적일 때 일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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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 3명의 대통령은 모두 처음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조용히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세상을 알게 됐고,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실력을 기르고 태도를 갖췄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했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소신대로 국정을 운영했다. 3명의 대통령 모두 지지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도자가 될 수 있었지만, 김대중은 김대중이어서, 노무현은 노무현이어서, 문재인은 문재인이어서 지도가가 된 것이다. 그들은 남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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