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정야 政者正也.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읽었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4개월 전인 2017년 1월에 출간된 책으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문형렬 작가가 대담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2017년 1월이며, 퇴임한 대통령의 생각을 배울 목적으로 2022년 10월에 다시 읽었다. <문재인의 운명>과 <1219 끝이 시작이다>에 서술된 내용과 겹치는 문장도 있었고, 대통령 당선 후에 연설문으로 표현한 생각과 비슷한 문장도 있었다. 부제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이며, 이 책이 출간되기 1달 전인 2016년 12월에 제18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일이 있었다. 대담집의 성격을 살려 주요 대화를 몇 개 옮긴다.
- 정치를 하면서 늘 마음에 두고 거울로 삼는 말이나, 일생을 두고 실천해야 할 다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논어>에 있는 말로 답하겠습니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른 것이다'. 이 말을 좌우명처럼 생각합니다. 스스로 바름으로써 솔선수범하면 누가 바르지 않겠으며, 지도자가 바른 정신을 가지고 공정하게 행동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거죠. 정치는 바른 정책을 행하고, 정의를 따르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고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 이것이 정자정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소박하게는 '새옹지마'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는 뜻으로 새기고 있으니, 늘 인내하며 자신을 살필 수 있습니다."
- 지금 많은 국민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 또는 무엇을 빼앗긴 걸까요? "사람을 잃었죠. 사람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돈, 물질, 성공, 사회적 지위, 출세, 이런 것들을 더 중요한 가치로 숭배하게 되었어요. 마하트마 간디는 사회를 망치는 일곱 가지 죄를 말했습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거래, 인간성 없는 학문, 희생 없는 신앙. 박근혜 게이트는 그 모든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꼴입니다. 간디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뼈아픈 말입니다. (…) 국민의 모든 행복과 가치는 민주주의에서 시작합니다."
-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상식과 정의 아니겠습니까?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국가 반역자라면 언제든 심판받는 국가의 정직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이런 상식이 기초가 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공정함'을 이루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청소하는 출발점이죠. 국민들이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피해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누구나 살면서 두 갈래 길을 만납니다. 두 갈래 길 앞에서 생각하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뒤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해보기도 하죠. 그때 이랬더라면, 저 길로 갔더라면, 하고 후회도 하는데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비교할 수도 없으니까요. 가보지 않은 길인데 그 길로 가면 더 좋았을지 나빴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결국은 자기 마음이 시키는대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야 말아야 하고요. 저는 그게 삶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