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곧 본질.
<문재인의 운명>에 이어 <1219 끝이 시작이다>를 읽었다. '1219'는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12년 그 겨울을 말하는 것으로, 이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3.53% 득표 차이로 패배했다. 낙선한 문재인 의원은 그 실패의 원인을 두루두루 분석했고,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되었을 때 이 책을 펴냈다. 서문 '다시 희망을 세우며'에 기록된 이 책의 집필 동기는 다음과 같다. "변명은 패배를 더 구차하게 만듭니다. 이 책이 변명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배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패장에게 남은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패배를 거울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낙선한 문재인 후보가 분석한 패배의 원인은 "평소 실력 부족"이었다. "우리가 2017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저는 답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의 패인은 한마디로 평소 실력 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톨스토이가 쓴 1878년 작품 <안나 카레니나>의 그 유명한 첫 문장을 잠깐 보자.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나,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이 문장을 민주당에 적용하자면 '안 풀리는 정당은 저마다의 이유로 안 풀린다'고 해야겠지만, 선수로 직접 뛴 문재인 후보가 분석한 원인은 단 하나였다. "평소 실력 부족"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분석한 평소 민주당의 실력을 한번 짚어보자. 362쪽이다. "많은 시민들이 민주당 갖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민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진 정당이 됐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민주당으로는 중도와 무당파, 나아가서는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27쪽에는 이런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때부터 선거만 치르면 그런 일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반성과 책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기실 당내에서 제기된 책임론의 목표는 반성이 아니라 당권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목표는 반성이 아닌 당권, 2022년에도 민주당은 이러고 있다.
다음으로 310쪽의 표현을 보자.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대선의 패인을 이렇게 분석한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 인권, 복지 같은 진보적 가치를 충분히 중시하지만, 막말이나 거친 태도, 과격하고 극단적인 접근을 싫어하는 성향을 '태도 보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태도 보수'의 유탄을 맞지는 않았을까.'"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양당 모두 저급하고 저열한 말들이 난무했었다.
2013년 12월에 출간된 <1219 끝이 시작이다>를 2022년 8월에 다시 읽는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의 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들은 이익 앞에서만 뭉칠 뿐, 늘 편 가르고 헐뜯고 조롱하고 비방한다. 반사이익만 얻으려고 할 뿐, 정당 내부의 개혁과 민주주의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문다. 시민으로서,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로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지난 20년의 여의도 정치를 돌이켜보니 두 가지 사실이 남았다. 그게 누가 됐든 "태도가 곧 본질"이라는 것, 나부터 태도를 가다듬지 않으면 작은 이익 앞에 양심을 팔고 떡고물이나 기다리며 바람따라 두둥실 흘러가고 만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