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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Oct 22. 2022

SPC 그룹 회장이라는 자의 사과문.

비열한 사과문. 

SPC 그룹 회장이라는 자의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봤다. 사과문을 읽는 당시의 현장 영상도 함께 봤다. 가관이었다. 2022년 10월 15일에 그 참극이 발생했고 회장이라는 자의 사과문 발표는 2022년 10월 21에 있었으니, 참사 이후 1주일이 다 되어 가도록 버티고 있다가 6일 만에 겨우 사과랍시고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이다. 


모두 16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사과문 가운데 3번째 문장은 이렇다. "회사는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건 기만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장에서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가장 잘 안다. 경찰 등 관계 기관과 말을 맞추겠다는 소리다. 


5번째 문장은 이렇다. "사고가 발생한 SPL 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건 비열하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SPC 회장에게 있다. 묵묵히 일하고 있는 "회사 구성원들 모두"를 왜 끌어 들이나.


마지막 16번째 문장은 또 이렇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건 기망이다. 사과는 유가족에게 먼저 해야한다. 앞으로도 우리 빵 계속 사달라는 소리다. 


사과문을 읽는 SPC 그룹 회장이라는 자의 태도는 이랬다. 사과문 낭독 전에는 애써 비통한 표정을 지었고, 사과문 낭독 중에는 애써 침통한 음성으로 웅얼거렸으며, 사과문 낭독 후에는 애써 애통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빠져 있었다. SPC 그룹은 딱 이 정도인 회사였다. 이름값 믿고 장사를 시작한 자영업자들만 애처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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