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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Feb 13. 2023

에바 린드스트룀, <걷는 사이>.

Eva Lindström. 

에바 린드스트룀의 그림책 <걷는 사이>를 읽었다. 작품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책 말미에 인쇄된 작가 소개글을 이곳에 일부 옮긴다. "1952년 스웨덴에서 태어났고, 콘스트파크 예술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어요. 1995년 <전나무숲 속의 군나르>로 엘사 베스코브상을, 2013년 <스너렛과 새와 나>로 글 작가 엘렌 칼손과 함께 스웨덴 대표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을 받았어요. 2022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Musse'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늙고 하얀 개 '무세'를 뜻하며, 한국어판 제목이 말해주듯, 이 무세는 자기를 좋아하는 한 소녀와 함께 다정하게 걷는 사이로 나온다. 책 뒷표지에 인용된 이 작품의 일부는 이렇다. "우리는 걷기 시작해요. 아주 천천히요. 무세가 느릿느릿 걸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앞질러 가요.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맨 뒤에서 걸어요. 계속 그렇게 걸어요. 언제나 우리가 걷는 그 속도로요."


화자가 설명하는 무세의 모습은 이렇다. "무세는 나이가 많고 뚱뚱해요. 귀는 팬케이크처럼 얇고요. 걸을 때는 꼬리를 흔들어요. 나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 보여요. 무세가 하품을 하면 이빨이 다 보여요. 무세는 아주아주 착한 개라서 물지 않아요. 그래서 나도 무세에게 착하게 굴고, 그러면 무세는 더 착해져요. 그러면 나는 무세에게 더 착해지고, 그러면 무세는 하품을 하는데, 그때 무세 입안에 이빨이 몇 개나 있는지 셀 수 있어요."


이 별 거 아닌 내용에서 나는 괜히 뭉클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작가의 그림에서 괜히 찡했다. 왜 그랬을까? 두 주인공이 나누는 우정이 따뜻하다. 하나는 말이 많지 않은 어린이고, 하나는 말을 못하는 짐승인데, 그래서 이 둘 사이에는 허튼 말이 없다. 함께 놀러 가서 함께 걷는 게 전부이지만, 그래서 담담하고 담백하다. 거기다가 이 무세라는 늙고 하얀 개는 이 소녀의 반려견도 아니다. 이웃집 소유의 짐승이다.

   

에바 린드스트룀 Eva Lindström 은 내가 2023년에 알게 된 첫 번째 스웨덴 그림책 작가이다. 2022년부터 따지면 세 번째 스웨덴 그림책 작가인데, 엘사 베스코브 Elsa Beskow 를 2022년 11월에 처음 알게 됐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strid Lindgren 을 2022년 12월에 알게 됐다. 에바 린드스트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왠지 계속 찾아볼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어깨에 힘을 뺀 글과 그림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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