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기질.
<걷는 사이>에 이어 에바 린드스트룀의 2010년 작품 <나는 물이 싫어>를 읽었다. 이번에도 작품의 주인공은 어린이였고, 어린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림은 여전히 담백했고 글 역시 군더더기가 없었다. 두 작품의 서지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같은 작가의 그림책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물이 싫어>의 주인공은 '알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자 어린이이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이름은 알프. 나는 물이 싫어." 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이런 말도 한다. "비랑 호수랑 강이랑 웅덩이랑 크고 작은 바다랑 도랑이랑 시내랑 늪이랑 밀물이랑 수영장이랑 개울이랑 모두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알프가 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물에 빠진 기억 때문이다. "다른 애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균형을 잃어서 한쪽 다리가 젖었어. 한쪽 발이, 한쪽 장화가, 한쪽 바지통이 홀랑 젖어 버렸어. 나는 물이 저-엉-말 싫어." 친구와 카누를 탈 때도 물에 빠진 경험이 있고, 그래서 친구들이 물가에서 놀때 알프는 집에서 혼자 놀았다.
알프가 물을 싫어 한다고 해서, 물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이 물에서 잡아온 올챙이를 함께 돌보기도 하고, 물이 꽁꽁 얼면 함께 썰매를 타기도 한다. 물이 녹으면 친구들은 물 속에서 놀고, 알프는 물 밖에서 놀거나 물 위에서 침대 튜브를 타면서 함께 논다. 꼭 같은 것을 하면서 놀지는 않는다.
가족과 조직과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모두 저마다의 기질이 있고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덕과 규범은 당연히 배워야겠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것을 해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크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