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이라고 한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 한다. 봄이 왔는데 왜 봄 같지 않다고 할까? 이곳저곳에 꽃은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데 왜 봄이 봄 같지 않다고 할까? 여러 상황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이 잘 안 풀려서, 몸이 좋지 않아서, 가정과 회사에 우환이 있어서, 나라 경제가 좋지 않아서, 세계 경제가 계속 어두워서 등등 이유야 대면 계속 댈 수 있겠다. 나는 이 가운데 '망해가는 국운'을 들고 싶다. 그 중에서도 '용산 발 망언과 망동'을 들고 싶다. 그는 모르고 있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3월에는 2월보다 책을 열심히 읽었다. 회사 생각을 덜 하고 나 자신에게 보다 집중했다. 하루에 1장 쓰던 업무 일기를 3월 중순부터 쓰지 않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책 읽기에 더해 20세기 초반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챙겨 봤다. 1940년대 초중반의 태평양 전쟁을 훑어 봤고 1910년대 만주 지역과 하얼빈을 살펴 봤다. 인간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겨우 움직이며, 웬만해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인간은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고전적인 말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됐다.
3월에는 사마천의 <사기 열전>과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을 2월에 이어 계속 읽었다. <사기 열전>을 읽는 독서 모임은 한 차례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바른 행복>을 읽는 독서 모임은 조금씩 정체성을 찾아 가고 있다. <강원국 백승권의 글쓰기 바이블>과 <The One Page Proposal> 또한 이번 달에 열심히 읽은 책이다. 글을 쓰고 기획서를 쓰는 건 내가 평생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인데, 이 2권의 책에서 배운 바가 많았다. 이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 <읽는 사람 김득신>, <김대건>, <고르바초프>, <안중근>을 대출하여 읽었다.
4월에 읽을 책은 모두 6권이다. 2022년 9월부터 읽기 시작한 <사기 열전>을 드디어 마무리 하게 되며, <바른 행복>에 이어 찰스 다윈의 자서전인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를 읽는다. KBS 다큐 인사이트 팀에서 제작한 <태평양 전쟁의 한국인들>을 책으로도 읽을 예정이며, 2023년 하반기에 시작할 '마스터스 오브 로마' 독해 사전 작업으로 <처음 읽는 로마사>를 2015년 12월에 이어 다시 읽을 생각이다. 김호연 작가의 <김호연의 작업실>과 이영서 작가의 <책과 노니는 집> 또한 글쓰기 연습용으로 4월에 꼼꼼하게 읽으려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은 왔는데 국운은 점점 다해가는 것 같다. 탄핵당한 대통령과 그를 이용해 먹던 자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을 때만 해도 이제 좀 나아지겠구나 했는데, 더한 대통령과 더한 자들이 대놓고 활개를 치니 이제는 나라 전체가 위태롭게 됐고 세계 전체가 나라를 우습게 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말은 신중하게 하고 일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 조직에 목을 매기 보다 나 스스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모두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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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서 계획 ① : 고대 로마'. 2022.09.15.
이영서 · 전미화, <책 씻는 날>. 2022.11.19.
김호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202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