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문 매거진.
고향 갔다 오는 기차에서 <KTX 매거진> 2023년 5월호를 읽었다. 이런 종류의 잡지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호는 꼭 살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김현정 편집장은 어떤 주제로 어떤 문장을 썼는지, 김규보 부편집장의 공백은 어떻게 메우고 있는지, 편집후기는 어떤 내용으로 짜여 있는지 꼭 확인하고 싶었다.
먼저, 김현정 편집장의 문장은 '용산역사박물관'을 다룬 글의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필요해서 건물을 짓는다. 용도에 맞춰 구획하고 꾸민 뒤 사람이 이용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연이 쌓인다. 충분한 시간 동안 이용자가 드나든 건물은 다른 어디에도 없는, 이 세상 유일한 곳이 된다. 서울 용산역사박물관이 꼭 그렇다."
다음, 김규보 부편집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방식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평기자였던 분이 수석 기자 직책을 맡게 된 걸 확인한 게 다였고 그 외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사실 한 사람의 공백을 한 권의 잡지로 파악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공백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편집후기는 읽어보지 못했다. 고향 가는 길은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집에 오는 길은 물 먹은 수건처럼 무거웠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기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고, 또 엉덩이뼈 위 모든 관절이 뒤틀릴 것 같은 몸 상태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모든 잡지의 백미인 편집후기를 제일 먼저 읽어볼 걸 그랬다.
<KTX 매거진>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다. 대기업 광고와 지역 축제 소식만 담겨 있다는 편견이 오래 있었다. 2023년 4월호를 기점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매거진 발간이 일이자 매거진 편집실이 직장이자 매거진 필진들이 동료인 분들이 있었다. 사람과 시간과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게 여행 전문 매거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