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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2. 2023

방을 옮겼습니다. (2)

책을 버렸습니다. 

책을 버렸습니다. 모두 112권을 정리했습니다. 가로 4m × 세로 3m 였던 가족서재와 가로 2.7m × 세로 2.7m 였던 딸아이 방을 맞바꾸려면 책 정리가 필수였습니다. 방의 크기도 크기지만 낡고 오래된 책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2022년 8월에 왕창 버리고 난 후 10개월 가까이 책 정리를 하지 않아 이참에 선별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책을 정리하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먼저 종이 색이 바래 냄새가 나는 책을 솎아냈습니다. 2022년 8월에 솎아내고 남아 있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는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책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내가 중고책방 사장도 아니고 고서적 거래상도 아닌데 책을 이렇게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나?' 자문하며 누렇고 냄새하는 책을 몽땅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선 절판되어 시중에서 찾기 힘든 책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련없이 버렸습니다.


시사평론, 정치평론에 속하는 책들도 버렸습니다. 모두 시의적절하지 않은 책이라 판단했고, 세상을 깊고 넓게 바라보기 보다는 편을 갈라 진영을 분명하게 나누는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제는 날을 세워 논쟁을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안 바뀌더라도 함께 가는 게 맞다고 보고,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고 천천히 진행되어야 순리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버렸습니다. 대학 전공 서적, 총서 시리즈, 한 때 좋아했으나 지금은 별 감정이 없는 정치인의 책을 버렸습니다. 2022년 8월에는 긴가민가 했었으나 결국은 버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고, 한번 지나가면 또 다른 버스가 온다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의 내적갈등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꼭 타야할 버스라면 기다리면 되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제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책을 버리고 나니 홀가분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은 꾸준히 사서 읽겠지만 쓸모가 없어진 책 또한 꾸준히 골라내고 버릴 것입니다. 책 욕심도 욕심이라 한번 모으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을 충실히 읽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고 할 때도,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할 때도 '아, 집에 이와 비슷한 다른 책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욕심을 누르고 있습니다.

   

   


책 정리. (2022.08.14)

방을 옮겼습니다 1.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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