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후반기의 첫 번째 준비 단계.
2023년 상반기가 끝났다. 절기는 하지를 지나 소서에 다다르고 있고 일기는 장마와 폭염을 반복하고 있다. 책 읽고 공부하기에 꽤 힘든 계절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날씨 탓을 하며 한여름 독서를 멈추어야 할까? 물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여름에 뿌린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려면 이 모진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일이 끝나면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만 인생 후반기를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6월에는 오키나와를 다룬 책을 2권 읽었다. 태평양 전쟁의 끝자락, '오키나와 전투(또는 학살)'을 다룬 일본 작가의 그림책 <오키나와의 목소리>를 먼저 읽었고, 오키나와 나하시 국제거리 부근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우다 도모코 씨의 책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를 이어서 읽었다. 이 2권 모두 강렬한 기억으로 내게 다가왔고 이 강렬한 경험 덕분에 나의 세계관과 직업관도 꽤 많이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월에 읽으려고 계획한 책 4권은 모두 제대로 읽지 않았다.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초반부만 읽었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일본이라는 나라>, <독자 기르는 법>은 역자의 설명만 간략하게 훑어본 정도였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오키나와가 우선이었고 생업이 우선이었다. 오키나와를 다녀온 후 닷새 정도는 저질 체력으로 인해 정신이 온전치 못했고, 제 정신이 아닌 두뇌 활동으로 인해 책을 더이상 읽을 수 없었다.
7월에 읽을 책은 오에 겐자부로의 <오키나와 노트>, K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1950 미중전쟁>, 리처드 샌드윅의 <학생이 배우고 익히는 법>, 김영미 작가의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까지 모두 4권이다. 이 가운데 앞의 2권은 올해 1/4분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태평양 전쟁의 연속선상에서 읽으려고 꼽아둔 책이며, 뒤의 2권은 평생의 업으로 설계한 분야를 2023년 하반기부터 도장깨기하듯 차근차근 공부하기 위해 선정한 책이다.
2023년 하반기는 내 인생 후반기의 첫 번째 준비 단계이다. 퇴근하고 읽을 책의 분야를 좁히고 좁혀 '책, 기획, 독서, 언어, 교육'으로 한정했고, 성과를 시시때때로 점검하여 수 년 내에는 내 이름을 건 사업체를 운영하고자 한다. 불혹을 막 넘긴 나에게 자문한다. '너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니?'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기획을 하고 사업을 하며, 여행하고 운동하며, 공부하고 가르치며 살아갈 것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