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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06. 2023

방을 옮겼습니다. (3)

책 정리. (1)

책 정리 첫 번째 원칙은 다름 아닌 폐기입니다. 낡고 쓸모가 없어진 책을 솎아낸 다음 노끈으로 꽁꽁 묶어 눈에서 치워야 합니다. 계속 쌓아두면 괜히 미련만 생기고 공간도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6월 22일, 23일 이틀 간 이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거실에 배치할 서가 3개를 소파 뒤로 옮겼습니다. 기존에 이 서가에는 역사, 평전, 지리, 여행 분야에 속한 제 책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큐레이션이 필요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쓰는 공간인 만큼 식구 모두의 취향이 골고루 섞인 도서 배치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아내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실에 자리한 서가 3개는 모두 같은 크기로써 각각 6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칸의 규격은 가로 85cm, 세로 30cm 이며, 가장 아래층 3칸만 나머지 15칸보다 세로 길이가 조금 더 넉넉합니다. 이 아래층 3칸을 저와 아내 그리고 딸아이 책으로 각각 1칸씩 우선 채웠습니다. 제 책은 여행 도서, 아내 책은 도감, 딸아이 책은 그림책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아내는 도감 이외에 어린시절의 추억이 담긴 그림일기도 차곡차곡 채웠고, 딸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과 색연필과 물감 등 그리기 도구들을 하나하나 넣었습니다.


서가 3개 중 가운데 책장은 제 책 위주로 꾸몄습니다. 좋아하는 출판사 중에서 몇 개를 추려 출판사 순으로 쭉 꽂을 생각이었고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을 만한 남해의봄날, 녹색평론사, 유유, 이봄, 책공장더불어, 한티재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위 칸에는 도서관, 책방, 서점에 대한 책을 올려 두었고 일본 사람 마스다 무네아키 增田宗昭의 저작도 함께 꽂아 두었습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 그룹의 창업자로서 제가 2021년부터 영감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왼쪽 책장에는 아내의 책과 제 책 가운데 여행 분야에 속한 책을 꽂았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양장본과 슬램덩크 완전판이 6층과 5층에 각각 자리 잡았고, 우라사와 나오키 浦澤直樹의 <몬스터>, 요코야마 미츠테루 橫山光輝의 <사기>가 각각 5층과 4층에 자리 잡았습니다. 다니구치 지로 谷口ジロー의 작품들과 야마시타 카즈미 山下和美의 <천재 유교수의 생활>도 기회가 되면 차근차근 사서 꽂아 두고 싶습니다. 여행책 중에서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있고, 여러 작가들이 쓴 남미 답사기도 있습니다.


오른쪽 책장은 딸아이 책과 제 책 가운데 외국어 분야에 속한 책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딸아이 책은 거의 다 전집으로 모두 지인에게 물려 받은 것들입니다. 티에리 쿠르텡 Thierry Courtin의 추피 시리즈와 한국슈나이더 출판사에서 펴낸 리틀차일드애플 시리즈는 딸아이를 낳고 나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인데 읽어보니 내용이 꽤 알찹니다. 그 외 계몽사 출판사의 그림 명작 동화 시리즈와 구도 노리코 工藤ノリコ의 그림책,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駿 감독의 작품을 책으로 묶어낸 것들도 있습니다.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부모의 심정입니다.


**

이번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에는 저와 아내의 작업실 겸 서재로 꾸민 방에 대해 몇 자 풀어보겠습니다.  



방을 옮겼습니다. (1) 2023.06.26. 

방을 옮겼습니다. (2) 2023.07.02.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2022.01.19. 

작가의 이전글 딸에게 다시 읽어주는 《사기 열전》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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