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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Jul 12. 2023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3)

여행 1일차 : 2023.06.17 (토). 1st.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회사일이 매끄럽게 풀리지 않아 열흘가량 숙면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행 날짜가 앞으로 다가오니 고민은 조금씩 줄어 들더군요. 여행은 역시 여행입니다. 05시 알람에 바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후 찬물을 한 잔 마시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습니다. 반팔 티셔츠와 냉장고 바지로 갈아 입고 거실로 나와 가족들 얼굴을 한 번 씩 살폈습니다. 아무리 여행이라지만 잠자리가 바뀌니 잠을 제대로는 못 잔 모습들입니다. 그래도 여행은 역시 여행입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자유로는 한산했습니다. 출발한 지 45분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이후 공항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는 말에 일찍 출발하기는 했지만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 3시간이나 남았습니다. 발권을 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 코너로 갔습니다. 며칠 간 얼큰한 한식이 그리워 질 것 같아 순두부찌개를 주문했고, 아내는 딸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순대국밥을 시켰습니다. 밥을 다 먹고는 바로 출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유리창 밖에 줄지어 서 있는 비행기를 보고 있으니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춰섰던 지난 3년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비행기는 11시 정각에 이륙했습니다. 활주로를 달리다가 바퀴를 접어 날개를 들어 올리니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괌 여행을 위해 여권 사진을 찍었는데 여권을 받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던 2020년 1월이 떠올랐고,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어 울며 겨자먹기로 제가 일하던 회사에 몸을 맡긴 옛 동료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다시 여행업계로 돌아갔을까요 아니면 그 기회로 인생 경로 자체를 바꾸었을까요? 코로나로 특별한 선택을 했어야만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착륙하니 시간은 정확히 12시 40분입니다. 항공사가 안내한 딱 그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알 수 없는 이 세상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예측 가능한 시간인데 지난 3년은 어쩜 그렇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을까요? 어쩜 그렇게 모든 것이 낯설었던 세상이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도 어수선했음에도 어쩜 그렇게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일까요? 역사라는 긴 시간으로 본다면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지난 3년 또한 그냥 스쳐 지나가다가 결국에는 잊어버리고마는 찰나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짐을 찾고 렌트카 픽업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기온은 높았고 습도는 그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게 여름철 오키나와구나 했습니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습니다. 감정노동이 아닐 수 없었겠지만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렌트카 계약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인근 우미카지 테라스로 출발했습니다. 오키나와 식으로 재탄생한 라틴 음식 타코 라이스가 우미카지 테라스에 있다고 하여 지체없이 이동했습니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묶어두고 걸었습니다. 마침내 오키나와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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