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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Feb 25. 2022

이현정,김익한,김선,<고잔동 일기>.

법의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세월호 참사. 

일기는 2014년 4월 24일에 시작한다. 일기가 쓰여지기 8일 전,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4월 16일이다. 배는 4월 15일 밤9시에 인천에서 출항했고, 476명이 탑승해있었다. 모두 제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4월 16일 오전 9시가 되기 전, 배는 갑자기 기울었고 이내 빠르게 침몰했다.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 교사 11명, 일반인 43명이 희생됐다. 침몰 이후 탑승자 가족이 간절히 바라던 구조는 없었고, 가족들을 속이는 거짓말만 있었다. 사건이 아닌 참사였고, 사고가 아닌 학살이었다. 


왜 침몰했을까. 원인이라 부르는 말들은 많다. 일본에서 낡은 배를 사들여 선령 제한을 풀었다, 물건을 더 실으려 무리하게 증축을 했다, 평형수를 빼내고 화물을 더 실었다, 장비를 배에 단단히 묶지 않았다, 배의 회복력을 상실했다, 과적이 문제였고 그 중 410톤은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다 등등. 책임있는 자들은 희생자, 생존자 가족들이 해소하지 못한 여러가지 의문에 성실히 답하지 않았고, 이 무책임은 또 가족들을 할퀴고 물어 뜯었다. 이제 그만하라는 둥, 이제 잊어버리라는 둥, 자식 그만 팔아먹으라는 둥. 


왜 구조하지 않았을까. 배가 이상하다는 걸 탑승자들은 느꼈고, 이상 신호를 배 밖으로 알렸다. 언론은 서둘러 전원구조했다는 보도를 했고, 책임있는 자들은 그저 배 밖에서 관망할 뿐이었다. 대통령은 상황을 알지도 못했고, 현장 지휘관은 가용한 구조 세력 전부를 투입한다는 거짓말을 했다. 배 안에서는 서로를 걱정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은 계속 차올랐지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이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책임있는 자들의 방해가 계속됐고, 외려 이들을 구조 실패의 책임으로 몰아세웠다. 


왜 진실을 밝히지 않을까. 참사 당일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던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새 대통령이 들어섰을 때, 가족들은 그래도 희망을 가졌다. 뭔가 될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고통은 커져갔다. 2014년의 세월호 특별법처럼, 2017년의 사회적 참사 특별법도, 이어지는 특검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요란했다.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도, 그에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통령을 탄핵한 국회도, 대통령 하나만 내주고 훗날을 도모했다.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일기는 2017년 3월 10일에 끝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소추, 청구하고 헌법재판관 8명이 전원 인용, 주문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짧은 말을 남긴 날이다. "피청구인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 위배사항이 소추의결서 끝에 포함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항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애매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판결문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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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 '기억저장소'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2022년 2월 기준, 기억저장소는 4.16 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1층에 터를 마련했고,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는 '안산온마음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고잔동에 있고, 단원고등학교에서 각각 1.1km, 1.6km 거리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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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동 일기>를 읽으며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 문제로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 때, 이를 책임있게 해결했어야할 '이른바 진보'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오히려 갈등을 방조하고 부추겼다는 점. 몇몇 '이른바 지식인' 들은 여전히 자기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여전히 자기보다 못 배운 국민들을 얕잡아 본다는 것. 그들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자들과 한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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