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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r 08. 2022

강유원, <역사고전강의>.

어제의 세계, 오늘의 판단.

'내 힘으로 고전 읽기' 두 번째 준비 운동으로 <역사고전강의>를 읽었다. 2012년에 일독을 했고, 이번에는 통독을 했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어려운 건 여전히 어려웠고, 신의 섭리를 다룬 곳에서는 여러번 길을 잃었다. 첫 번째 준비 운동이었던 <인문고전강의> 읽기에서는 '고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목적을 두었고, <역사고전강의>는 '역사'의 의미를 분별하는데 초점을 두고 읽었다. 먼저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시대를 구분하는지 살펴봤고, 다음으로 오늘의 세계가 만들어진 시대는 언제였는지 들여다봤으며, 마지막으로 지금의 시대는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해봤다.


 책은 "정치체제와 국제관계라는 범주" 구분되어있다.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랐으면서도, 인간이 만든 공동체와 제도 그리고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경합을 위주로 나뉘어져있다. 1부는 "고대 지중해 세계와 폴리스 시대"이고, 2부는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 시대", 3부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와 세기말", 마지막 4부는 "1, 2 세계대전과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이며,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 시작해 양차 대전 가운데 상황을 점검하는 E.H. 카의 <20년의 위기>까지, 시대를 꿰뚫는 여러 고전들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가 만들어진 시대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와 세기말" 단계이며, "제1, 2차 세계대전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이후 세계는 지금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갖추었다. 이 책 306쪽에 있는 저자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30년 전쟁 이후 국민국가체제를 정초한 베스트팔렌 체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적으로는 소비사회, 국제관계적으로는 미합중국의 세계 헤게모니 시대, 문화적으로는 '18세기에 기원을 둔 모더니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시대 이후, '경쟁'과 '불안'은 지금까지도 인간들의 심성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   


2022년 오늘의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베스트팔렌 체제, 자본주의, 소비사회, 미합중국의 세계 헤게모니 시대, 모더니티의 시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가.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베스트팔렌 체제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은 더 이상 그 나라만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기원은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인 것으로 더욱 밝혀지고 있고, 2022년 3월 8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누계 4억 4천만 가운데 미합중국 안에서만 8천만명이 이 질병에 감염됐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2022년에도, 200년전 제1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과 '불안'은 여전하다.  


어제까지의 세계가 역사일 것이다. 환경과 자연, 인간이 만든 모든 공동체와 제도, 이 행위자들의 모든 산물이 역사일 것이다. 오늘의 판단은 어제까지의 세계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판단은 시간의 무게 아래에서 다시 역사가 된다. 역사의 행위자들이 시간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렇기에 인간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거나 이미 있었던 역사를 시대만 바꿔 반복할 뿐이다. 페르시아 전쟁처럼 또 싸울지, 제1,2차 세계대전처럼 더 큰 싸움을 벌일지, 이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지, 인간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오늘을 포함한 앞으로의 모든 역사는, 지금 내리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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