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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Feb 05. 2022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고전을 왜 읽을까. 

고전을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읽으라고 하니까 읽고, 안 읽으면 안 되니까 읽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읽고,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또 읽을 것이다. 나는 앞의 두 가지 이유에 속한다. 대학교 2학년이던 2002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를 읽고 발표를 해야했다. 읽히지가 않았고, 눈에 들어오는 게 없으니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찾아보고 물어보는 일에도 미숙했던터라 발표는 당연히 기가 찼고, 모두들 힘들어했다. 지금이야 <오이디푸스>가 고전이라 하니까 고전인 줄 알지, 그때는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다.  


<인문고전강의>를 처음 읽은 건 군역을 마친 이듬해인 2010년이었다. 책 속에 <오이디푸스>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었고, 군복무 시절 저자의 <몸으로 하는 공부>를 읽어본터라 도전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 밑줄을 긋고 요약을 하며 차근차근 읽어나갔지만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면 고전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했다는건데, 고전은 바로 "인간과 세계를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차원에서" 바라본 텍스트이며, 그렇기에 인간은 고전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거대한 시간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문고전강의>를 다시 읽은 건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7년 7월이었다. 세월호 이후 내내 달떠있던 마음을 가라앉혀야될 시기였고, 결혼 이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처럼 밑줄을 그어가며 차근차근 읽었고, 한 챕터를 끝내면 책장을 덮어놓고 뒷산에 올라 아령을 들었다. 7년만에 다시 읽은 책에서는 단테의 <신곡>이 눈에 들어왔다. "훌륭한 말을 듣고 따라가야 합니다. 이것이 말의 힘입니다. 말이 권위를 잃어버리면 폭력이 나옵니다. … 공자(孔子)도 '교묘하게 꾸며내는 말' 즉, 교언(巧言)을 가장 질색했습니다."   


불혹을 통과한 2022년 1월, <인문고전강의>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읽었다. 새해를 앞두고 이제는 내 눈으로 고전을 읽어보겠노라 다짐을 했고, 그 준비운동으로 다시 읽고 초서를 차곡차곡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공자의 <논어>가 마음에 박혔다. "규범이 파괴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가들의 다툼만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우리의 삶 전체에 파고들어있는 규범과 그것의 제도적 실천 모두를 떠올려야 합니다. 공자는 참다운 정치가 이루어지려면 '현실과 이상의 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돌이켜보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나는 <인문고전강의>를 찾아서 읽었다. 세 번 모두 직장에서의 번뇌가 계기였고, 세 번의 독서는 유용한 단초가 되었다. 이젠 이 모든 욕망이나 분노를 끊어내려한다. 최고의 지혜가 담겨 있는 고전을 내 힘으로 읽으며 실마리를 찾아보려한다. 마지막으로 읽었을 때 내게 확 다가온 문장은 지금의 나에게 콕 집어 하는 말이었다. "인간은 끝없이 분열되어야 합니다. …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현상태가 진정한 자아와 합치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천박한(humble)'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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