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 타당성, 정당성.
2022년 5월 10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신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도 꼼꼼히 읽어봤다. 분명하고 또렷한 언어는 아니었다. 나는 나대로 지난 5년을 정리하고 앞날을 도모해야한다. 그 방법으로 초서록 3권을 다시 읽었다. 전환을 준비하던 작년 봄부터 차근차근 기록한 필사본이다. 이 기간동안 정치인들은 치열한 쟁투를 벌였고, 나는 그 싸움에 휩쓸리지 않으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게 필요하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3가지 과제를 도출했다. 그것은 바로 항상성, 타당성, 정당성이며, 이 3가지 과제를 잘 설명해준 책 몇 권을 골라 그 속에 담긴 문장 몇 개를 새롭게 읽어봤다.
먼저 항상성. 이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성질'을 뜻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습관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이 익은 채로 굳어진 행동'을 의미하는데, 개인에게는 이 습관이 중요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불을 털고 창문을 열고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습관의 중요성을 김은경 작가의 <습관의 말들>에서 배웠고, 다음 문장에서 특히 본받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반복되어 습관이 된 소소한 행동들이 만드는 깔끔하고 정제된 풍경은 꽤 매력적이다." 어떤 일이 습관이 되게 하려면, 그 일은 반드시 쉽고 반복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다음 타당성. 이는 '사물의 이치에 맞는 옳은 성질'을 뜻한다. '이치'는 '사물의 정당하고 당연한 조리'를 의미하는데, 조직에게는 이 타당성이 중요하다. 이치에 맞는 조직은 경청하고 존중할 줄 안다. 타당한 조직은 일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며, 일이 안 풀릴 때는 다함께 해결한다. 구성원들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늘 소통한다. 나는 이 타당성의 중요성을 이시바시 다케후미 작가의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에서 배웠다. "모두가 기분 좋게, 가능한 나쁜 감정 없이 일할 수 있는가. 이런 노무 관계가 먼저라는 거야. (…) 나로서는 늘 그랬지. (…) 이치에 맞는 조직 속에서 책을 팔 수 있을 때, 쾌감이 있지."
마지막 정당성. 이는 '사리에 맞아 옳고 정의로운 성질'을 뜻한다. '사리'는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의미하는데, 사회에는 이 정당성이 중요하다. 정당성이 있는 사회는 옳은 일을 하는 개인이 대접받는 사회다. 삿된 일을 하는 개인과 조직은 지탄받고 처벌받는 사회다. 나는 이 정당성의 중요성을 김지은 작가의 <김지은입니다>에서 배웠다. "나의 미투로 세상의 무엇이 바뀔 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잘못을 하면 있는 그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 (…) 그것뿐이었다."
항상성, 타당성, 정당성, 이 3가지 과제의 목적은 당연히 존엄성이다. 존엄성은 '범할 수 없이 높고 엄숙한 성질'을 뜻한다. 개인은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 좋은 습관을 길러야한다. 조직은 집단을 존중하기 위해 이치에 맞는 태도를 익혀야한다. 사회는 시민을 존중하기 위해 사리에 맞는 제도를 세워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한다. 사울 알린스키의 말대로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그것의 법칙대로 일해야한다." 이와 함께, 내게 없는 것을 탐하기 보다는 내게 있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강원국 작가의 말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찾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