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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May 27. 2022

5월 광주, 미합중국, 국제관계.  

현실 정치와 배짱.

80년 '5월 광주'를 목격한 두 명의 미국인이 쓴 책을 읽고나서, 미합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당시 전남도청 앞에 모인 시민들이 두 미국인들에게 질문한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미국 지미 카터 민주당 정부는 정말 전두환을 옹호하는가?' 도청 분수대 앞에 운집한 시민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자유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국이, 이 학살현장을 왜 묵인하고 있을까. 정말 전두환을 승인하고 방조하고 있는 것인가. 시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을테지만, 결론적으로 미국은 전두환의 독재를 인정했다.


최정운 교수의 <오월의 사회과학>에 따르면, 박정희의 18년 군사독재도 전두환의 7년 군사독재도 모두 미국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미국 행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여러나라의 군사정권을 비호했고, 그 나라들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가면서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미친게 사실이다. 미국의 비호를 받은 나라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성장을 해가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국제관계의 질서 속에서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한 채, 자존과 자립을 강조하는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각국 정상들이 국빈 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면 으레 그 나라의 현충원을 방문해서 망자들을 위로하거나 그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정상적인 의전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28일에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Quantico 해병대 박물관을 방문해 장진호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21일에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분향을 하고 묵념을 했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은 어떨까. 미국 대통령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당시 공수부대의 폭력에 희생당한 시민들을 추도하고 추념하는 일은 가능할까.


80년 5월 광주에서 참상을 목격한 데이비드 돌린저 박사는 그의 저서 <나의 이름은 임대운>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썼다. "1980년 5월의 나의 경험과 이후 기밀 해제된 미국의 외교문서를 보면, 당시 미국 정부는 광주항쟁의 진압과 관련된 결정에서 자신들이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깊게 관여했음이 확인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몇 차례에 걸쳐서 나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미국인들을 만나서 이러한 견해를 밝혔으나, 그럴 때마나 당신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발언은 한미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폴 코트라이트 박사는 <5.18 푸른 눈의 증인>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1980년의 미국은 한국과 한국인을 실망시켰다. 나는 이 책을 쓴 미국인으로서 미국인과 한국인이 우리 공동의 역사, 공동의 열망, 나아가 공동의 고통을 서로 더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 현실 정치에서는 힘이 쎈 나라가 힘이 달리는 나라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고려해도 어려운 일이다. 사과를 요구하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 통역이 있는데도 굳이 미국인 앞에서 영어를 쓰는 건 민망하다. 당당하게 한국말로 연설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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