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보고 올라오는 길에 코어가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 서 있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허리는 활처럼 휘어져있고 아랫배는 한껏 나와있었다.
'내가 어떻게 서 있었더라?'
'서 있을 때 어디에 힘이 들어갔더라?'
운동을 꽤나 오래 했다고 자부했지만, 출산 후 무너진 코어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애써 아랫배에 힘을 주어 보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터질 것처럼 부풀었던 배는 3kg의 아기만 쏙 빠져나가고 풍선처럼 힘없이 축 처져있었다. 쭈글쭈글한 배에서는 더 이상 태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원실 복도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갔다. 아기와 태반, 양수 등 뱃속에서 나온 것들을 합하면 5kg 남짓. 임신기간 17kg가 쪘던 터라 적어도 5kg은 빠져있겠거니 생각하며 체중계에 올라갔지만, 단 1g도 빠지지 않은 숫자를 보고 당황했다. 붓기 탓인지 체중은 오히려 증가해 있었다.
'어? 뭐야, 체중계 고장 난 거임?'
임신 전부터 고강도의 운동을 즐겨했고, 임신 중에도 꾸준히 운동했던 터라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임신했으니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출산 후 빼기 힘들다는 육아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건강하게 먹으며 운동했음에도 17kg가 불어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와 태반, 양수의 무게가 바로 빠지는 줄 알았기에 출산 당일 최소 5kg은 빠질 것으로 생각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거 다 빠지는 거 맞나...'
임신 중 장기가 위로 쏠리면서 흉통이 넓어져 떡대가 생겼고, 남편보다 더 넓은 떡대를 갖게 됐다. 뒤에서 보면 우람하기 짝이 없는 나의 몸에 없던 우울감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다리는 팅팅 부어 코끼리 다리가 됐고, 발등은 바늘로 찌르면 곧 터질 것 같은 물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다.
임신 중 변해버린 몸에도 우울했지만, 아기를 품고 있기에 당연하다며 애써 외면해 왔던 몸이 출산 후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애꿎은 배를 연신 주물럭거리지만 소용없다. 회음부 소독을 위해 문을 두드린 진료실에서 선생님께 물어봤다.
"왜 애를 낳았는데 배는 그대로인가요?"
"아직 자궁수축이 덜 돼서 그래요, 서서히 빠져서 6주 정도 지나면 다 빠져있을 거예요."
"6주나 걸리나요..?"
"엄마 모유 수유할 계획이에요? 모유 수유하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그 호르몬이 자궁수축에 도움을 줘요. 자궁수축이 일어나면 오로도 많이 나오고 아랫배가 싸르르 아플 건데 그게 훗배앓이예요. 그런 현상은 출산 후 6주 정도 지속되니 지금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만약 6주가 지나도 배가 불러있다면 그건 원래 내 배에요."
"3kg의 아기를 출산하고 양수와 태반도 다 빠졌을 텐데 몸무게는 왜 안 빠져요?"
"그건 서서히! 지금은 붓기 때문에 오히려 몸무게는 더 나갈 수도 있어요. 그것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운동은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엄마 원래 하던 운동 있어요?"
"저 크로스핏이요."
"어 그거는 6개월 지나야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은 스트레칭 정도만 하는 게 좋아요."
괜히 조급해진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산모가 많았는지 웃으면서 대답해 줬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는 거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