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Aug 19. 2024

임장견문록 - 강서구

두 번째는, 내 돈으로 살 수도 있을 만한 곳을 가보자고 생각했다.

용산구는 어떻게 보면 나의 최종 목적지 정도 급의 동네이다. 그래서 용산구를 돌아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파트 가격들을 들으면서 여기에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면 지금 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과연 발품 팔아가며 아파트를 보러 다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비현실적인 가격들을 듣고는 다음번 임장을 간다면, 내 가용예산 범위 안에 들어오는 동네로 가보고자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런 그림의 떡들도 많이 봐놔야 꿈을 꿀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그림의 떡을 봤으니 현실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다음 신청한 곳이 강서구였다. 강서구는 지금 다니는 직장과도 멀지 않았고 용산만큼은 비싼 동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다시 한번 신청했다. 용산구는 비에 쫄딱 젖었다면 강서구 때는 정말 더워서 쫄딱 젖었다. 그리고 저번엔 어색해서 못했던 질문들을 호스트분께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다. 이날을 계기로 친분이 쌓여 정말 많은 것들을 공짜로 물어볼 수 있었다.


강서구는 예전에 놀러 와봤던 서울 식물원이 있는 마곡에서부터 시작했다. 쾌적한 마곡은 마곡엠밸리는 이미 15억이 훌쩍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내발산동, 염창동, 등촌동, 가양동으로 내려오면서 살기 좋은 환경과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경기도에 살던 사람이라 사실 신도시/뉴타운과 같이 쾌적하게 정비된 곳들에 익숙한 사람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처음 옛 서울을 보존한 곳에 살았을 때, 오히려 서울이 경기도 보다 훨씬 비싸지만 낙후된 환경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인 강동구를 가서 다시금 느낀다)


내가 보기에 낡고 허름하다는 인상이 강했던 강서구, 이래서 투자와 실거주를 잘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왜냐하면 강서구가 그렇다고 수요가 없을까? 생각했을 때 대규모 일자리들과도 가깝고 나 역시도 회사 다니기에 부적절한 거리가 아니었다. 서쪽 근무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저렴한 가격대와 접근성으로 수요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또한 내발산동 쪽도 강서구에서 가격이 잘 형성되어 있었는데 교육 환경이 나쁘지 않아서 강서구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그렇지만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교육에 진심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등촌과 염창은 9호선도 지나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성비로 결코 살만한 동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임장기에서 쓸 내용은 아닌 거 같다만 이번 강서구에서는 지역에 대해 아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임장 끝나고 먹었던 맥주 타임이 더 기억에 남았다. 거기서 처음 만난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 오히려 더 편하게 이야기하고 듣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진한 잔상을 남겼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인생을 다시 설계해 봐야지라고 생각했다. mba를 졸업하면서 이제 내가 인생의 1막이라고 생각했던 계획들은 어느 정도 다 달성한 거 같지만, 어쩜 이후의 첫 설계는 이 날의 기억으로 되지 않을까, 임장보다 인생 목표를 다시 한번 세워야지 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남은 건 임장 목표 달성은 실패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인생에서 인상 깊은 순간들은 이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거 같기도 하다. 요새 약간은 느슨해진 내 인생에 또 한 번 열정의 불씨를 붙여준 날로 기억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기 힘든 취향과 인생의 가치관과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오래 기억될 시간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과연 나는 강서구에는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강서구 부린이의 솔직 요약 : 마곡 제외하면 사실 실거주하고 싶게 체감상으로는 좋은 동네라는 느낌은 전혀 안 듦, 사실 마곡도 왜 비싼지 모르겠음. 그 가격이면 다른 동네 살 거 같다는 생각, 다만 지금의 나로서는 회사 다니기 편하고 나와 같이 직주 근접인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함. 그나마 서울 내에서 작은 시드로 투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그러므로 어렵지만 투자와 실거주를 분리하여 생각하자!라는 교훈


다음 주 예고 : 요새 부동산 거래량 1위에 빛나는, 핫플 그러나 정작 나는 태어나서 한 번밖에 안 가본 머나먼 강동구 편!  

매거진의 이전글 임장견문록 - 용산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