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토지거래제한 구역 해제

내가 사려던 아파트가 한 달 새 1억이 상승해 버리는 경험

by 우연

나는 MBTI검사를 하면 P가 나온다. 계획적이지 못한 것이 진짜 성격이 좀 그렇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점점 계획에 연연하지 않고 목숨 걸지 않게 된 이유는 어쩌면 내가 생각한 내 인생의 중대사는 전혀 단 하나도..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획 세우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꼈을 무렵부터는 그냥 주어진 일들을 잘 헤쳐나가자 했던 거 같다.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내 집마련 역시 그런 거 같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세웠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단 전편에 썼듯이 나는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로 어렵고 어렵게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부동산도 직접 가고 타입별로 매물도 봤으며 , 살고 있는 집도 내놓으며 착착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마음의 결정을 마치고 준비하며 큰 마일스톤으로 잡았던 건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과, 잠실의 토지거래제한 구역이 6월이면 5년째라 혹시나 하는 해제 가능성을 염두해서 잡았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을 최대 5월에는 잔금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매수하려 했다. 그런데.. 2월의 어느 날.. 토지거래제한 구역이 해제되었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속보로. 즉시 해제가 떴다. 왜 하필 2월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선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대선을 앞두게 된 계엄부터의 나비효과인데 내가 아무리 비범하고 똑똑하고 부동산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계엄부터 시작해 오세훈 시장님이 이렇게 빨리 토허제를 푼다는 것을 예측하거나, 알 도리가 없으며, 예측했더라도 예측만으로 내 전재산을 주고 매수하기에는 너무 정량적 확률상 어려운 일이다.


만약 내가 살면서 이런 토지거래제한 해제를 한 번이라도 겪어봤다면 동물적 감각이나 직관을 발휘할 수 있겠으나, 생전 처음 보는 토지거래제한구역 해제 소식을 누가 알려준다 한들 신뢰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부동산 아주머니께서는 다음 주에 풀린다고 귀띔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매수를 독촉하기 위한 영업용 멘트인지 진짜 소식인지 가늠 불가이며, 믿을 수도 없을뿐더러 어차피 나는 돈을 틀켜쥐고 있지 않아서 믿었다 한들 돈을 쏠 수도 없었다.


덕분에 또 하나 살로 겪으며 배운 것이라면 일단 내가 손에 돈을 쥐고 있어야 배팅이든, 기회든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명언과 일맥상통인데 나는 준비가 안되어 있었고, 정말 토허제가 해제된다는 소식으로 선반영 및 발표가 나고 호가는 1억이 뛰어버렸고 내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나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저렇게 조정하면 어찌어찌 살 수는 있을 수도 있겠다마는..)


그리고 차라리 내가 오늘부터 가격을 봤더라면 이 가격이 아무리 전년비, 전월비 높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았을 텐데 난 몇 달 전부터 가격을 주시했던 터라 이제 이게 얼마였다는 감이 있기 때문에 되려 덥석 이 가격에 사는 게 맞나.. 한 달 전엔 이게 아니었는데 생각하며 마음이 어려워지는 거 같다.


만약 내가 샀더라면, 이라는 전제를 붙이면 벌지도 않았던 1억이 날아간 것만 같고 멘탈이 흔들렸고 이제 어쩌지? 더 오른다면 아예 못 사는 지경에 이르러 2 안을 검토 해봐야 하나 하며 첫 위기를 맞이했다. 역시 인생의 값 진 경험은 그 대가를 치르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며 투자동지들과 한탄도 하며 이걸 어쩌지 하기도 했다. 먼저 산 선배들은 다 각자의 운명의 내 집이 있기 마련이라며 위로해 줬지만 낭만을 쫓는 현실주의자인(모순의 끝판왕)


나는 재빨리 내부 매물답사도 안 했던 2안 부동산을 예약했다.. 5월이 되어 오피스텔이 빠지고 나면 당장 살 곳이 없으니 1안 가격이 날아가고 나면 어쩌면 2안을 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는 잠실부동산 사장님께도 주말 없이 지금 불장이라며 연락이 자주 왔다.. 내가 가능한 금액을 말씀드리고, 5월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부사님께서는 영업용 멘트겠지만은.. 어린 나이에 이규모로 생각하고 이렇게 경제관념 있는 젊은이는 흔치 않은데, 넌 진짜 잘 될 거 같다며 격려도 해주셨다.. 격려가 잠깐 기분은 좋았지만.. 이미 날아간 가격은 돌아오지 않을 거고, 조정이 오기를 기다리거나 제발 이 호가에는 아무도 거래를 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한다.


이제 나는 이제 어떻게 될까? 앞서 서두에 말했듯이 내가 뭐.. 대중들의 수요 공급에 의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집값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다. 그런 외부변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고 나는 그저 내 돈을 잘 준비해 뒀다가 다시 언젠가 기회가 오면, 혹은 되는 대안을 찾아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머리론 잘 알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인간이므로 어쩔 수 없다..

요새 정주행중인 삼국지에도 지금의 내게 필요한 대사 등장..

살다 보니 이렇게 내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거 같고 그걸 일찍 깨달은 나머지 MBTI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무계획 자기 합리화..) 살다 보니 이렇게 값을 치르고 배운 것들은 비록 내가 처음 뜻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돌이켜 보면 결국 내 인생의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되어주었던 거 같다.


그래서 3개월 후 5월에 나는 매수 경험담을 적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워렌버핏님의 말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게 제일 바보 같은 짓인 거 같다. 부동산 책에서만 보고 배웠던 눈앞에서 1억 2억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이렇게 내가 직접 겪게 되니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책에서만 봤던 913 대책처럼 토허제 해제도 나중 역사는 상승장의 초입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역시 실전은 다르고 경험은 소중하며, 실제로 그르치든 잘되든 뭐든 해보지도 않고 책만 보고 말만 하는 사람보다는 행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지금의 뼈아픈 놓침이, 이 배움이 내 기나긴 인생에서 1억 이상의 가치가 있길.. 바라며 조조의 대사처럼 진인사대천명 난 최선을 다하며,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 그렇지만 5월까지 하느님 부탁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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