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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식 Mar 30. 2023

재능에 대하여

저는 사람들에게 재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내 재능이 뭘까?"라는 고민 상담부터 "우리 아이가 그림을 전공하면 잘 될 것 같은지 좀 봐 달라"라는 요청까지 다양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재능으로 먹고살고 있고, 그런 걸 잘 아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나 봐요. 그런데 저는 그분들이 원하는 간단명료한 대답을 잘 못 합니다.



먼저 그 분들이 생각하는 재능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또 반대라고 해서 아닌 것도 아니고요.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그저 최초의 기술일 뿐입니다. 그게 어떻게 세상에 꽃피느냐는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능을 가져서 좋고, 아니면 나쁘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재능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수학 머리가 좋거나 하는 그런 기술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우리가 재능으로 간주하는 것의 범위가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도구일 뿐인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가 가진 잠재성을 너무 위축시키는 것 아닌가 해요. 저는 "너는 재능이 있는데 나는 재능이 없어서 뭘 할지 모르겠다."라는 슬픈 표정의 친구들과 친척들을 정말 수도 없이 만났습니다. 저에겐 그들에게서 정말 많은 게 보였는데도요.






저는 우리 모두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두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그냥 나이브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재능이란 '다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재능이란 '다른 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 여깁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특출난 재능, 거래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습니다.  



재능이란 예를 들면 이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 정말 날카로운 비판을 할 줄 아는 것.

새로운 뭔가가 나오면 얼리어답터가 되고 리스크가 있어도 도전해 보려 하는 것.

남들보다 인맥으로 잘 연결되고 기회를 가지는 것.

남들보다 이기적으로 자기 것을 훨씬 잘 챙기는 것.

내가 경험한 것의 의미가 뭐였는지 사람들과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것.

좋은 것을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 영업해서 다 사게 만드는 것.

질문 하나에 꽂히면 답이 나올 때까지 백 번 되돌아가며 생각하는 것.

하나의 것에 진득하게 머무르지 못하며 계속 옮겨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



재능이란 누구나 '우와~'라 하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실제로 엄청나게 유용한 재능입니다. 재능의 의미를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나를 먹여 살려줄 수 있고, 나를 성공하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확장한다면 말이죠.



제 주변에도 좋은 아이템 하나 발견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그걸 사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진짜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못하는 일이거든요.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가면 누구나 상위 5프로 안에는 들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나머지 95프로의 사람들이 못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건 자신이 너무나 쉽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의식조차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이걸 재능이라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교육받지 않고, 강화하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재능이 없다며 침울해하죠. 저 재능을 모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림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할 거고 필요하다면 찾아가서 배워야 할 것이고, 어떤 도구와 결합할지 고민해 봐야 할 거고 내게 이런 능력이 있다고 알리기도 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저 유별난 성향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창작 분야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창작이라는 기술적인 재능이 있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접어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은 도구일 뿐입니다. 그걸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야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죠. 테크닉적으로 엄청난 마스터가 되어서 그걸로 포지셔닝한 사람들도 극소수 있기는 하지만... 나의 기술만으론 뭔가 차별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성을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더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 비슷해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들과는 다르거나 이상한 부분을 갖고 있을수록 더 큰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이 되니까요. 슬프게도 우리는 아마도 어릴 때는 좀 더 남아있었을 그것을 성인이 되며 많이 두들겨서 없애버리며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남들과 비슷한 것으로 경쟁하면서 하나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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