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식 Mar 16. 2023

창작 또한 비즈니스다

창작에 대한 신성 모독


약간 꺼내기 쉽지 않은 얘기를 해 볼게요. 창작도 비즈니스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창작자는 실력이 있고 진정성이 있으면 알아서 기회가 온다는 예술 순수주의 같은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가 묻으면 그 순수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예술을 공부하던 당시는 이런 생각이 팽배한 분위기였는데, 요새는 이보단 훨씬 덜 한 것 같습니다. 예술 쪽의 분위기도 이전과는 상당히 바뀐 게 체감이 돼요.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나니, 창작 또한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비즈니스에 갖고 있던 편견을 거두고 1인 기업과 브랜딩의 관점에서 창작을 보자 그 화두가 동일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이를 창작 분야에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훨씬 편안해졌어요.


하나의 기업이 원활하게 운영되듯이, 창작자도 원활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있습니다.  저는 제게 이상적인 상황을 생각할 때 이런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의 독특한 시선으로 진실되게 세상을 담는 것. 나의 독특한 방식이 생기는 것. 거기에 자연스러운 일관성이 생기고, 그게 장기적인 테마가 되어서 이전의 것이 다음 것으로 이어지고 그게 축적되는 것. 사람들도 내가 그런 작업을 한다는 걸 알게 되고, 점차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그것이 나에게 생계에 필요한 충분한 돈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 나의 일로 따뜻한 집과 음식을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세상의 한 부분으로 필요한 일을 하고 그 필요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 그리고 그 자원을 통해 다시 일을 하는 것. 그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과 자원이 생기고 확장하는 것. 이것을 반복하며 깊어지는 것.


세상 돌아가는 것에 내가 예술이란 도구로 건강하게 참여하는 것. 필요한 사람이 되고, 기여하고, 영향력을 가지는 것.





어때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가요?


이걸 창작의 선순환 상태라고 해볼게요. 이 선순환의 모습은 하나의 기업이 잘 운영될 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그걸 창작자 버전으로 바꾼 것뿐이죠.


이 정도가 되면 창작자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 위에 더 많은 것을 쌓으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데도 상당히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전 너무 잘 압니다. 여기엔 너무나 많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전제 조건이란



개인의 창조성, 효율성

창작물의 지속력

사람들과의 연결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

다음 단계를 위한 도약 능력


정도가 되겠네요.



이 조건들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창조적인 테마가 없어도, 거기 진실됨이 없어도, 그것이 지속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연결되지 않아도, 보상이 없어도 어려움이 됩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어려워지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라 말하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과 창작이 다른 점이 있다면 창작은 좀 더 사람들의 추상적이고 미묘한 필요-심미적, 정신적, 심리적, 물리적, 유희적, 지적-를 채우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창작의 특별하고도 미묘한 지점입니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설득 작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걸 제외하면 창작도 내 필요와 남들의 필요가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일들과 동일합니다.






정말로 혼자 즐기기 위해 취미생활로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사후 200년 후에 인정받기 원하는 작업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런 분들은 이 글을 애초에 보고 있지 않을 듯...) 비즈니스적으로 스스로를 진단해 보고 이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두는 건 참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창작자가 아니라도 이제는 더욱 1인 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창작자가 기업과 같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기보단 요즘은 기업이 오히려 창작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이전 03화 기본이란 무엇일까요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