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독자님들에게 [부모님과 제대로 노는 방법]을 알려드리려 해요. 저의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독자님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제가 부모님과 워낙 잘 놀고, 특히 아부지와는 이태원이나 연남동 같은 핫플을 휩쓸러 다닌다는 것도요! 작년 4월 브런치에 쓴 '나는 아부지로부터 수십억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글은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되어 하트 1000개와 공유 100건을 넘었죠. 이 글에선 중학생 시절 남학생에게 고백하러 가는 딸을 공원까지 태워주고, 대학생 때 처음으로 클럽에 가는 딸에게 섹시한 의상을 사주는 아부지가 등장합니다. 그 딸은 이제 아부지를 데리고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나 북카페를 가고, 한밤의 이태원 거리를 함께 걸으며 힙해 보이는 바에도 들어갑니다.
혹시 여러분은 친구들과 가는 곳, 부모님과 가는 곳이 동떨어져 있다 생각하시나요? 부모님은 시끄러운 걸 못 참으니 조용한 장소에서 정갈한 한식을 드시는 게 좋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부모님은 너무 단 음식은 싫어하시니까 케이크나 와플보다 단팥빵이나 호두파이가 좋을 거라고 쉽게 고르지 않았나요. 부모님은 집에서 먹는 커피가 편하지, 예쁜 카페에서 먹는 커피는 돈 아깝다고 잔소리만 하실 거라고 쉽게 넘어가지 않았는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부모님들도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면 맛있어하고요. 생각보다 그렇게 달지 않은 케이크나 디저트도 즐길 줄 알고요. 같은 커피여도 주방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근사한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나게 느껴진다는 걸 아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알아야 합니다. 우리 부모님은 나가기 귀찮아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우리와 함께 시간 보내는 걸 눈치 보고 미안해한다는 것을요.
일하고, 밀린 일을 또 하고, 틈틈이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주말엔 늘어지게 처져있는 시간도 필요하죠. 할 일은 어찌 된 일인지 하고 또 해도 항상 쌓여만 있습니다. 내 할 일을 잔뜩 해치우다 문득 부모님을 보았을 때, 부모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나요. 더 약해진 관절을 두드리며 안방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나요, 혹은 여전히 식구들 끼니를 챙기느라 조금은 지쳐 보이셨나요.
생각나지도 않는 어린 때. 주말 하루 푹 쉬고 싶어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잡고 놀이공원으로 동물원으로 나섰던 부모님처럼 이제 우리가 부모님 손을 잡고 부모님이 몰랐던 세상으로 끌고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아니라면 부모님 스스로는 일부러 가보지도 않을 곳으로요.
1. 예쁜 카페 모시고 가기, 어색하다면 북카페부터 시작!
기분전환하는 일로 가장 쉬운 방법이 카페에 가는 것 같아요. 스타벅스나 이디야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 말고요(스타벅스는 지점마다 좀 다르지만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공부하는 분위기, 인정?). 제가 여기서 말하는 카페는 좀 느낌 있는 카페, 무슨 느낌인지는 알죠? 주인장의 손길이 소품 하나하나에서 드러나는 애정 가득한 장소에 음악은 잔잔한데 사람들로 너무 북적이지는 않아 대화 나누기에도 적당한 카페!
부모님과 카페에 가서 일단 마주 앉으면 무슨 말이라도 오고 가게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신기한 건 뭔지 아세요? 집 식탁에서는 하지 못했던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기도 한다는 겁니다. 집이라는 환경은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무심하게 되죠. 켜져 있는 TV 앞에서 대화는 하지만 눈은 TV에 가있는다던가, 한 명은 주방에 한 명은 거실에서 띄엄띄엄 얘기를 나눈다던가, 대화하다 방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던가, 카페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죠. 근사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달달한 커피를 앞에 두고 있으면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파동도 조금은 달라짐을 느낄 겁니다. 밖에서 보는 눈도 있으니 우리는 조금 더 격식에 맞추어 행동하고 말하게 되기도 하죠. 가족이니까 편해야 한다고요? 저는 가족이라도 때로 낯설게 바라보고 예를 갖추고 궁금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요. 우린 가족이라서 때로 더 함부로 대하고, 전혀 모르고 살기도 하니까요.
아부지와 자주 가던 북카페, 마포의 채그로 + 한남동 스틸북스
+북카페도 추천!
계속 대화만 나누는 게 조금 어색할 것 같다면 북카페도 추천해요. 각자 책을 한 권씩 골라 읽으면서 왜 그 책을 골랐는지, 읽어보니 어떤지, 그렇게 얘기할 거리가 또 생기니까요. 부모님이 어떤 분야를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2. 나란히 서서 걷기, 산책!
산책하는 시간도 정말 좋은데요. 얼굴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하는 것보다 어쩔 때는 나란히 한 방향으로 서서 걸으며 얘기하는 게 편하기도 하잖아요. 걸으면서 날씨나 주변 풍경 같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도 덤으로 생기고요. 저는 대학생 때 부모님과 동네 개천이나 공원을 걷고 뛰면서 참 많이도 이야길 나누며 웃었던 것 같아요. 운동 덕분인지 조금 흥분되어 하지 않아도 좋을 말까지(남자친구와의 관계라든지^^; 친구의 뒷담이라든지^^;;;) 굳이 다 해버리기도 했고요. 걷고 뛰느라 바빠서 그런가 오히려 부모님도 친구처럼 가볍게 듣고 넘겨주었죠.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함께 걸으면서 몸으로 익혔던 것 같아요.
3. 핫플레이스나 분위기 좋은 바 데려가기!
한밤의 이태원은 거리부터 복작복작하니 신나는 분위기죠. 하루는 이태원에 아부지를 데리고 갔습니다. 음악 소리가 크게 나오는 라운지 바에서 아부지는 "여기서 내가 나이 제일 많은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춤추는 젊은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재밌다는 듯 웃더라고요. 요즘 젊은이들 참 즐겁게 산다 싶었겠죠.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며 랩 가사를 이상하게 읊어버리는 모습에 저도 웃음이 터졌고요. 젊은이들의 기운을 받아 아부지가 더 혈기왕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4.스페인,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음식집 방문하기!
우리한테는 너무 익숙한 음식인 스페인 요리 감바스, 인도 커리와 난이 부모님에겐 생소할 수도 있다는 생각해 보셨나요? 일식도 초밥이나 돈까츠 말고 스키야키나 텐동은 많이들 안 드셔보셨을걸요? 부모님들은 부러 찾아가지 않았을 음식집이 둘러보면 정말 많습니다. 물론 한식도 맛있지만, 가끔 새로운 음식을 먹는 데서 오는 생생한 감각이 즐겁잖아요! 그 새로운 감각을 저희가 맛 보여주는 거죠. 메뉴 선정에 성공했다면,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잘 먹는 부모님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또 바라보며 생기는 뿌듯한 감정은 덤이고요.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우유 아이스크림 먹으며 구경하는 아부지
5. 질문하기 또는 먼저 털어놓기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먹었는지 이런 물음말고요. 엄마는 요즘 어떨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부지는 죽기 전까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했다 싶은 일이랑 가장 후회되는 일은 뭔지. 내가 먼저 묻지 않으면, 어쩌면 영영 들을 수도 없게 될 부모님의 가슴속 얹힌 말들 있잖아요. 다정한 자세를 지닌 질문은 질문받은 당사자를 보다 윤기나게 만들고 꼿꼿이 서 있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질문에 답할 말을 고르면서 살아온 시간과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던 마음을 구석구석 돌보게 되니까요.
질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좋습니다. 엄마, 난 우울하다가도 이거 하나면 행복해지더라. 아부지, 내가 지금은 이렇게 회사에 매여있어도 언젠가 진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자식의 속내를 듣는 부모님의 속내는 어떨까요? 분명 기쁠 겁니다. 속에 있는 온갖 좋은 말도 꺼내어 도움을 주고 싶겠죠. 이렇게 내 이야기에서 시작해 부모님의 이야기로 슬쩍 넘어가는 겁니다.
우리의 삶이 겹쳐온 시간 동안 서로 등돌린 채 감당해야 했던 마음들에 대해, 언제든 할 수 있으리라 믿는 대화는 어쩌면 영영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해야 할 일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어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작가
저는 지난 주말에 부모님과 통화하며 엄마가 요즘 꽃밭을 가꾸면서 즐거워한다는 걸 알았고, 아부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 의지를 다지고 있단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너무 먼 지방에 계시기에 예전처럼 같이 동네 공원을 걷거나 뛸 수도 없고, 뻑하면 모시고 나갔던 맛집이나 카페도 못 가요. 다른 친구들보다 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고 자부하는데도 여전히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겠죠. 언젠가 또 놀러나갈 날을 위해 두 분이 건강하시기만을 바라지만, 부모님은 항상 자신은 뒷전이고 딸자식 건강이 먼저입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신다면, 혹은 부모님이 지척에 계시다면 자주자주 모시고 세상 밖으로 나가세요. 더 많이 질문하세요. 함께하는 시간은 오로지 함께 보내야만 채워지는 법이니까요.